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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형 선박펀드, 고수익 빙자한 리스크 전가?

김경은 기자공개 2012-05-07 11:45:11

이 기사는 2012년 05월 07일 11: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업황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BBC HP(건조된 선박 소유권 취득조건) 방식의 선박투자가 한물 가고 실적형 선박펀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구조화되기 시작한 실적형 선박펀드는 해운사에 선박을 대선하고 고정 배당을 수취하다 만기에 선박매각을 통해 자본이득을 취한다. 선박은 시장에 매각한다.

BBC HP 방식과 실적형 선박펀드는 투자 대상이 선박이라는 점은 같지만 투자자가 직면하는 위험에는 큰 차이가 있다. BBC HP 방식은 채권형 펀드처럼 고정적인 배당 수익을 받고 만기시 원금을 되돌려 받지만 실적형은 선박가격 변동 리스크를 투자자들이 모두 지는 구조다.

이에 실적형 선박펀드는 주식형 펀드의 위험등급과 같은 고위험 상품군으로 분류된다. 엄밀히 따지자면 주식형 보다 더 높은 투자 위험 등급을 받아야 이 상품의 투자위험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선박 가격 변동성 리스크와 더불어 선박의 유동성 리스크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선박 유동성 리스크는 선박펀드 수익률이 해운사의 신용도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선박을 담보로하는데다 해운사의 일반채무와 분리됨에도 불구하고 용선사의 회사채 금리보다 1~2%가량 더 높은 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시되는 선박펀드는 대다수가 이 실적형이다. 재무 구조 악화를 선박펀드로 타개하려는 해운사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특히 사모보다 공모형 출시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는 해운사의 높은 신용리스크 때문에 선박펀드에 투자 가능한 기관투자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BBC HP 방식은 해운사가 선박을 사들여야하기 때문에 자금 수지를 맞춰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계약과 동시에 금융리스 차입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당장 재무구조에 부담을 준다. 실적형 상품이 늘어난다는 것은 해운사들이 선박가 상승에 따른 이득을 포기하는 대신 재무안정을 택했다는 의미다.

실적형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선가 상승분을 투자자들이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좋은 측면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선박가격 상승은 장담키 어렵고,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업황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만 투자자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선박펀드같은 특별자산펀드는 기관투자가들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품이여서 우려를 키운다.

개인투자가들은 자신이 투자한 선박이 얼마에 매입이 됐는지 현재 선가가 얼마인지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기관투자가들보다 적다. 자칫 불완전판매 소지가 많은 이같은 고위험 상품군이 개인들에게 판매되는 것이 옳은지, 뒤돌아 보는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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