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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석화, 롯데그룹 성장 '아킬레스건' 되나 불황 여파 2분기도 실적악화 전망…대규모 투자계획 맞물려 재무부담 가중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2-06-08 14:55:32

이 기사는 2012년 06월 08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그룹이 최근 급속한 체질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롯데쇼핑과 함께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는게 핵심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미 롯데그룹 내에서 호남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계열사의 위상은 식품부문을 앞설 정도다.

그룹 매출에 있어서도 석유화학 부문의 성장은 눈에 띈다. 2001년 1조 원대로 그룹 전체 매출의 6%에 불과했던 유화 부문은 지난해 16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그룹 내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특히 호남석유화학은 지난 해 사상 최대인 매출 15조7000억 원, 영업이익 1조4911억 원을 거뒀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매출 22조2531억 원, 영업이익 1조6629억 원에 뒤지지 않는 실적이다.

◇불황의 그늘에 '한숨'

호남석유화학 실적
자료: 금융감독원·유진증권

하지만 호남석유화학 성장세가 불황에 주춤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2.4% 급감한 2919억 원에 그쳤다.

여기에다 석유화학 침체가 당초 예상됐던 하반기를 지난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적악화 가능성이 커졌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크게 상승했던 나프타(원료)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면서 "고객들 역시 국제 유가 하락세에 따른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면서 제품 구입을 미루고 있어 업황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증설된 에틸렌 공장이 상업가동에 들어간 것도 시기적으로 부담이다. 호남석유화학은 여수공장 증설, 에틸렌 생산능력을 기존 75만톤에서 100만톤으로 확대했다. 대산공장과 합쳐 연간 211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지난 4월 톤당 1400달러까지 올랐던 에틸렌 가격이 한 달만인 지난달 말 톤당 989달러까지 떨어졌다. 생산량은 늘어났지만 판매가격이 떨어진데다 수요부진에 따른 재고 부담까지 떠앉게 됐다. 에틸렌은 나프타 분해 설비에서 나오는 기초물질로 석유화학 제품의 가장 기본이 된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수요 감소가 시황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출이 많다보니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호남석유화학의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6조 원, 영업이익 8000억~9000억 원 가량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그룹 성장 발목 잡을 수도

호남석유화학 재무구조 변화
자료: 금융감독원

일각에선 호남석유화학이 불황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롯데그룹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호남석유화학이 그동안 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통해 성장을 하면서 롯데그룹의 양대 축으로 성장한 만큼 신성장동력 사업에서 성과를 내줘야 하지만 최근 몇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예정된 대규모 투자계획까지 맞물릴 경우 재무부담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남석유화학이 롯데그룹의 양대 축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시설투자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호남석유화학이 외형 확대를 위해 쏟아 부은 자금은 3조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1조5000억 원을 투자한 타이탄케미칼와 함께 2009년 1월 합병한 롯데대산유화에 많은 자금을 쏟았다. 합병 직후 롯데대산유화가 갖고 있던 차입금(7700억원)을 승계받은 점을 감안하면 투자비용은 8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아울러 우즈베키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 동시에 추진 중인 메가톤급 '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가시화하는 한편, 카본 복합재 합작사업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다. 특히 2016년 완공 예정인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의 투자규모만 5조5000억 원으로, 향후 3~4년간 매년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호남석유화학의 지난해 현금성자산 규모가 1조8107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큰 부담은 아니다. 하지만 불황 장기화에 대비한 현금 완충장치(cash buffer)를 구축해 자금을 여유있게 쥐고 가야한다는 점에서 외부조달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순차입금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유진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94억 원이던 호남석유화학의 순차입금 규모가 올해 3662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에비타(EBITDA) 역시 지난해보다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IB 관계자는 "호남석유화학의 차입금 확대는 하이마트 및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든 롯데그룹의 재무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지부진한 케이피케미칼과의 합병,경량화 소재 및 2차전지 분야 등 신성장동력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관측이다. 호남석유화학과 자회사 케이피케미칼간 합병이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한 상법 개정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기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상법 개정을 계기로 가능한 서둘러 합병을 검토할 계획이었으나 경기 악화와 주가 하락 등으로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석유화학 진행중인 투자
자료: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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