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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신용평가보고서, 어떻길래… 등급하향 불구 내용은 오히려 긍정적…하향 근거 찾기 어려워

서세미 기자공개 2012-06-20 13:53:46

이 기사는 2012년 06월 20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이 발표한 두산건설 신용평가 보고서를 접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평가사들이 지난 11일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린 후 그 이유를 설명한 보고서인데, 내용상으로는 등급 하향의 구체적이고 분명한 근거를 찾기 어렵고 오히려 이전 보고서들보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두산건설 신용등급 하향은 등급조정 시기의 적절성과 비슷한 수준의 다른 건설사들과 형평성 문제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등급의 적정성과 조정시기의 적절성 뿐 아니라 그 근거까지도 시장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사들이 두산건설과 협의해 등급을 내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평가보고서에 대해서는 회사측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준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 A급에서 B급으로 …강력한 저항을 물리치고 한 신용등급 하락인데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마치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 같은 날 두산건설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렸다. 시장에서는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신용등급 조정이었는데 세 평가사들은 어떻게 같은 시기에 같은 등급 조정을 한 것일까.

더구나 이번 신용등급은 한 번의 하향조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두산건설이 A급 기업에서 '공식적인' B급 기업이 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의 현실에서 A급 기업과 B급 기업에 대한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B급 기업이 되면 거의 모든 기관투자가는 물론, 심지어 리테일 시장의 큰 손인 단위농협, 단위신협, 새마을금고에서 조차 투자대상에서 제외한다. 공모채를 발행해도 투자자를 찾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당연히 조달금리도 수직상승하게 된다.

국내 건설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최소한 1~2노치 고평가 돼 있다는 게 시장의 정서다. 평가사들이 내는 등급보다 한 두 등급쯤 낮춰본다는 것이다. 두산건설 역시 A급일 때도 회사채 금리는 BBB급 대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등급 하향으로 인한 조달금리 상승 부담은 덜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투자대상 회사채에서 공식적으로 배제된 것은 회사 입장에서 엄청난 충격이다.

지난 12일 두산건설이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2000억 원 규모 회사채 전량이 미배정됐다. 금리밴드를 A-급으로 너무 높이 잡은 탓도 있지만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팡가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BBB급으로의 등급 하향이 두산건설의 자금조달 상황에 미칠 악영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을 내려 놀랐다"라며 "두산건설의 재무 상황이 안좋은 것은 사실이나 이미 지난해 최대 고비를 넘긴 상태다"라고 말했다.

두산건설 신용등급 하향에 대한 모 평가사의 의지는 결연했다. 두산건설이 등급 하향을 막기 위해 강력히 저항하고 평가사를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다른 평가사들은 어떤지 몰라도 최소한 한 평가사만큼은 두산건설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안될 분명하고 절실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평가보고서를 보니…"그러니까 등급 내린 이유가 뭐라는 거야?"

그러나 '쇼킹한' 등급 하향 치고는 평가보고서 내용이 너무 평범했다. 이전 보고서와 큰 차이가 없어 A급 기업과 B급 기업을 가려내는 기준이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등급을 떨어뜨려 놓고 '영업실적이나 재무안정성이 점차 개선되는 추세'라는 긍정적인 견해를 싣기도 했다. 회사의 펀더멘털은 좋아지는데 등급은 떨어진 셈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5월 이후 내놓은 이번 보고서는 1년 전과 결론이 같았다. 사업적으로는 '일산 제니스 등 주요 대형사업장을 중심으로 분양률·입주율, 공사미수금 회수노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재무적으로는 '저조한 영업실적, 운전자본 부담 확대로 현금흐름이 저조하고 차입부담도 크지만 유동성 자산 규모가 커 재무 융통성은 양호'하다는 평이다.

얼핏 예전보다 지금이 나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초까지 50%초반 대에 머물던 제니스 분양률이 최근 70%이상으로 상승하면서 미분양에 대한 부담이 완화됐다. 또한 차입금 규모는 큰 변화 없지만 단기차입금 비중과 PF우발채무 규모가 줄어들었다. 단기차입금 비중은 2010년말 70%에서 2011년 53%로 축소됐다. PF우발채무는 지난해말 1조45490억 원에서 올해 4월말 8490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3월 정기평가 후 3개월만에 본평가를 한 NICE신용평가도 내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지난 3월 '당분간 영업수익성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 전망'을 '영업수익성 회복 전망'으로 변경했다. 3월까지만 해도 '수주회복, 대손상각 부담 완화, 메카텍의 수익성 개선'보다 '주택사업부문 축소, 공공수주 경쟁심화, 고정비 부담확대'를 우려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만에 똑같은 이유가 영업수익성 회복 전망 근거로 적용됐다.

논조가 부정적으로 바뀐 것은 한국신용평가 뿐이었다. 그러나 한신평은 이번 회사채 발행에 본평가 의뢰를 받지 못해 앞선 두 평가사와 입장이 달랐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신평은 지난해 8월 평가시, 재무안정성이 점진적으로 호전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수준에 대해서도 '양호'에서 '보통'으로 평가를 바꿨다.

크레딧 관계자는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의 평가보고서를 봐도 두산건설 등급을 내린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신용등급을 내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평가보고서 내용에는 두산건설의 입장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감한 이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달라는 두산건설의 요청을 받아들여 최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다보니 하향 보고서인지 상향 보고서인지 분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본평가를 하지 않은 한국신용평가가 보도자료와 평가보고서를 통해 등급 하향 이유를 명시했다는 의견이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평가보고서에 행간을 읽지 않고서는 하향 이유를 찾기 힘들다"며 "두산건설의 최대 당면 과제인 제니스 분양률이 입주로 이어져 실제 현금흐름창출력이 제고될지 여부는 모니터링 요인으로 한두 줄로 언급된 정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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