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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 경고받은 롯데, 하이마트 잘 소화해 낼까 인수여력 충분‥채권발행·자산유동화·계열사 지분 참여 가능성

김일문 기자공개 2012-07-04 18:39:11

이 기사는 2012년 07월 04일 1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하이마트 인수전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룹의 자금 조달 전략과 재무 구조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가 탄탄한 영업성과를 바탕으로 현금 흐름이 양호한 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인수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채권 발행을 통해 지나친 레버리지 확대를 경계하는 그룹 분위기와 과거 조(兆)단위 대형 딜에서 보여줬던 전례 등을 봤을 때 조달 전략측면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분위기다.

하이마트 매각 대상 주식의 가격을 롯데가 써낸 것으로 알려진 주당 8만원으로 환산했을 때 인수 가격은 최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 1분기 현재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6572억원(개별기준)으로 하이마트 인수에 필요한 자금에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갖고 있는 현금을 모두 털어 인수 대금으로 쓸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일부 현금과 나머지 필요한 자금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가장 현실성 높은 대안으로 꼽힌다.

그 동안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는 롯데 계열사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인기를 누려왔다. 최근 발행 조건을 확정지은 롯데제과 회사채는 시장에서 롯데 브랜드가 갖고 있는 위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3년물 1000억원 규모로 발행된 롯데제과 회사채의 금리는 3.5%. 3일 마감된 한전채 3년물 금리 3.61%보다도 11bp가 낮다.

신용등급은 AA+지만 시장에서는 AAA급을 뛰어넘어 우량 공사채급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양호한 현금흐름과 비교적 낮은 부채비율 등을 감안할 때 롯데의 회사채 발행 여력은 충분하다"며 "롯데가 발행하는 채권에 돈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일본계 투자자들이 있다는 점은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대금의 상당부분을 회사채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가 인수 대금의 어느 정도까지를 채권으로 끌어모을지는 미지수다. 롯데의 보수적인 그룹 특성상 재무 레버리지 확대에 부담을 느낀다면 채권 발행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올 1분기 롯데쇼핑의 부채 비율은 68.4%를 기록중이다. 경쟁 유통업체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까지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고, 순차입 규모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롯데쇼핑에 대해 잇따라 경고카드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무디스는 지난 2월 차입금 증가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를 이유로 롯데쇼핑의 등급전망을 종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끌어내린 바 있고, 피치 역시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할 경우 외부 차입을 통한 자금 마련이 불가피하다며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등재하기도 했다.

일부 시장 관계자는 과거 롯데가 GS리테일의 마트·백화점 부문을 인수했을 때와 비슷한 조달 전략을 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2월 롯데는 총 1조3400억원을 들여 GS리테일로부터 마트와 GS백화점을 사들이면서 채권 발행과 함께 일부 자산의 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확보했었다. 당시 롯데쇼핑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5130억원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이와 별도로 백화점 1곳과 대형마트 5곳을 묶어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부동산을 매각한 뒤 10년 후 되사는 조건으로 약 6000억원의 돈을 마련했었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좋은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가 재무 레버리지를 확대하기 보다는 자산 매각이나 유동화로 돈을 끌어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들에게 하이마트 지분 참여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쇼핑 혼자 하이마트를 품기 버겁다면 실탄을 많이 보유하거나 자금 조달 여력이 충분한 계열사들이 지원 사격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 참여가 현실화 될 경우 가장 가능성 높은 곳으로는 롯데미도파(롯데쇼핑 지분율 79%)가 거론된다. 보유중인 현금 자산은 1000억원에 못미치지만 차입금이 전혀 없어 상대적으로 재무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롯데제과나 롯데칠성과 같은 소매유통 계열사들도 참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연초에 투자 계획을 세울 때 돌발적인 지분 참여 계획을 잡아 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계열사들의 분담 가능성도 있다"며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그룹의 캐쉬카우로 평가받는 회사들이 함께 지분 투자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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