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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인하에도 수익성 '호조' 비결은? 안정적 재무건전성 유지…전문·일반의약품 라인업 확대 필요

안경주 기자공개 2012-10-08 17:22:17

이 기사는 2012년 10월 08일 1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로 창립 45주년을 맞은 녹십자는 1967년 수도미생물약품판매로 시작해 1969년 극동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한 특수 의약품 중심의 상장제약사다. 2001년 상아제약 인수, 2003년 녹십자바이오텍, 녹십자라이프사이언스 흡수·합병 등 수차례의 구조조정을 통해 2004년 10월 현재의 ㈜녹십자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혈액제제·백신 등 특화된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녹십자는 2008년 5161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국내 제약사 중 5위의 시장지위를 보유했으나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 발병으로 관련 백신 제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국내 제약업계 2위 업체로 도약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녹십자가 글로벌 제약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특수 의약품 중심에서 벗어나 전문 및 일반의약품 라인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약가인하에도 실적 양호…안정적 재무구조 유지

녹십자는 올해 2분기(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203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62억 원과 120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3%, 9.3% 늘었다.

지난 4월 시행된 의약품 일괄 약가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상위 10대 제약사 중 유일하게 2분기 중 두 자리 수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녹십자가 약가인하의 후폭풍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혈액제제, 백신 등 특수 의약품의 비중이 다른 제약회사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에서 혈액제제 부문이 32%, 백신 13%, 처방의약품 14%, 일반의약품과 기타상품이 20%를 차지했다. 수출은 11% 정도이며 자회사 관련 매출이 10% 정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특수 의약품 중심의 제품라인은 녹십자의 최대 강점"이라며 "정부의 약가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독과점적 시장 지위를 확보할 수 있어 경쟁 제약회사들에 비해 약가 인하에 따른 실적 감소가 미미했다"고 말했다.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2~3년 동안 신종 플루 유행에 따른 백신 판매 증가로 현금 유입이 늘면서 차입금을 상환하고 부채비율을 낮췄다.

2008년 말 1754억 원에 달했던 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말 235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05.6%였던 부채비율은 30.0%로 대폭 줄었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 차입금의 대부분이 단기자금인 만큼 올해 안에 전액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무차입 경영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 주요 재무제표

◇독감 백신 시장 경쟁사 진입…잠재적 위협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캐시카우(Cash-Cow) 역할을 톡톡히 하던 백신 판매가 지난해부터 급감한데다 사실상 녹십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던 국내 독감 백신 시장에서 경쟁사가 신규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십자의 지난해 말 기준 백신부문 매출액은 1035억 원으로 전년대비 62.8% 급감했다. 올해 2분기에도 백신부문 매출액은 1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금창출력 역시 떨어졌다. 2010년 말 20%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 11.8%, 올해 상반기 말 10.2%를 각각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나타낸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올해 상반기 14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0% 감소했다.

다른 제약회사의 백신시장 신규 진입도 복병이다. 내년에 일양약품이 유정란 방식으로 독감 백신을 국내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SK케미칼, LG생명과학 등도 세포배양 독감 백신을 개발 중에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백신부문의 경우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함께 매출이 회복되면서 전년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른 제약회사의 시장진입도 임상을 통한 유효성 및 안전성 입증, 유정란 공급 확보 , 수요예측, 시장에서 제품의 검증 등의 이슈가 존재해 일정 시간이 걸리지만 잠재적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녹십자가 최근 인수한 이노셀 실적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노셀이 최근 몇년간 영업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노셀은 간암치료제에 대한 임상3상을 연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일정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녹십자의 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간암 치료제를 판매할 수 있어 실적이 개선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전문·일반의약품 파이프라인 확대 필요

아울러 녹십자의 특수 의약품 비중이 높다는 점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력 제품군인 혈액제제, 백신부문의 실적이 정부 정책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전문 및 일반의약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녹십자가 신성장 동력으로 찾은 것은 바이오의약품이다. 녹십자는 바이오의약품을 바탕으로 2020년 국내 매출 2조원, 해외 매출 2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중·장기 경영 목표도 세웠다.

최근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업체인 이노셀 지분(23.4%)을 인수한 것도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녹십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NK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 향후 바이오의약품 분야 중 하나인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이프라인이 바이오 의약품으로 편중돼 있는 것도 약점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녹십자가 세운 신제품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의 90% 이상이 바이오의약품 부문이다. 김현태 신영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의약품에 편증된 파이프라인을 화학 분야로 넓혀야 한다"면서 "전문 및 일반의약품 제제 비중이 낮은 점도 인수합병(M&A)나 상품 도입 등을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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