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항공업계]다크호스 이스타항공, 항공업 판도 바꿀까⑭자생력 낮지만, 슬롯·운수권 가치 높아…제주항공·대명소노 등 결합시 파급력 커
고설봉 기자공개 2024-11-22 07:40:52
[편집자주]
항공업계가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FSC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란 모순에 직면했다. 또 FSC 산하 LCC들 인수합병이 추진되며 단거리노선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틈을 메우는 것은 LCC들이다. 장거리노선 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단거리노선도 확장하고 있다. 도서지역 공항 개항에 맞춰 소형항공사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항공시장은 새로운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더벨은 항공시장을 진단하고 각 항공사들이 준비하는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14: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타항공이 항공업 판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을 누가 인수하냐에 따라 향후 경쟁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과거 저비용항공사(LCC) 다크호스였던 이스타항공은 현 시점에선 구조조정 이후 항공업계 판도를 결정할 핵심 키로 부상했다.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재추진 필요성이 높아졌다. 다만 2020년 대비 이스타항공의몸값이 상승한 가운데 제주항공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최근 항공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대명소노그룹도 원매자로 꼽힌다.
◇독자생존 어렵지만…인수 주체 따라 파급력 크다
이스타항공의 독자생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스템과 인프라 망실과 영업력 저하 등으로 항공업 경쟁력이 저하된 상황이다. 이에 따른 오랜 결손금 누적으로 자본잠식이 지속되며 재무건전성도 훼손됐다.
항공업계 다크호스였던 이스타항공의 펀더멘털이 저하된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최대주주 리스크다. 설립자 이상직 전 국회의원발 사법 리스크가 터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최대주주가 일으킨 배임과 횡령 등으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협받았다.
지난해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를 새 주주로 맞아 경영 정상화 시동을 걸었다. VIG파트너스는지난해 1월 중견 건설 업체 성정으로부터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인수했다. 구주 인수 자금 400억원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금 1100억원 등 총 1500억원을 투입했다.
사모펀드로 최대주주가 교체되면서 곧바로 경영 정상화가 시작됐다. 빠르게 기단을 확장하며 외형성장을 노리고 있다. 다만 여전히 성장통이 크다. 무너진 영업과 운항 인프라 복원이 더딘 가운데 매출원가 부담에 영업적자 누적이 지속되는 모습니다.
항공업계에선 VIG파트너스가 결국 이스타항공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는 것도 결과적으로 항공업 내 존재감을 키워 제3자에게 매각하기 위한 수순이란 평가다. 사모펀드 특성상 출구전략을 짜야한다는 한계도 크다.
최근 항공업계 성장세와 맞물려 대규모 투자자들이 LCC에 주목하는 흐름을 볼 때 VIG파트너스의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현재 저하된 기초체력을 얼만큼 끌어올리느냐다. 이미 LCC들의 몸값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대한 부실을 털어내야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 정상화와 별개로 이스타항공 그 자체로 경쟁력은 크다는 평가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이전 LCC 업계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했었다. 당시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1위 경쟁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과 중위권 경쟁을 펼쳤다.
체급이나 재무여력 등이 저하된 상황에도 이스타항공이 높은 밸류를 받을 수 있는 배경은 운수권과 슬롯이다. 초창기인 2009년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알짜 운수권과 슬롯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인천과 청주, 부산 등 주요 공항발 운수권과 슬롯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타항공 인수 따라 크게 변하는 항공업 사업자 지위
제주항공은 최근 이스타항공 인수를 재추진 필요성이 높아졌다. 항공업 구조조정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영업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 중심의 대형항공사(FSC) 시장에 이어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합병 등으로 저비용항공사(LCC) 생태계도 큰 변화가 예고됐다. LCC 1위 제주항공의 공고한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LCC 맹주인 제주항공은 대형항공사(FSC)와 직접 경쟁하지 않고 LCC로서 정체성에 더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장거리 노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중단거리 노선에서 더 경쟁력을 높이고 운항 안정성을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 인수합병(M&A) 대상은 LCC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외형성장을 위해 노선을 늘리고 취항지도 다변화 해야하는데 자체적으로 슬롯(Solt)을 추가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슬롯을 보유한 LCC를 인수해 외형을 키우는 것이 제주항공이 1위 자리를 사수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다.
이 가운데 변수는 대명소노그룹발 합종연횡이다. 계획대로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인수에 성공할 경우 중대형 규모 항공그룹이 탄생한다. 이 경우 제주항공은 한진칼 산하 통합 LCC에 이어 대명소노그룹 산하 LCC란 또 다른 위협적인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다.
대명소노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까지 추진할 경우 판도 변화의 폭은 더 크다. 이미 항공업 진출 전략을 드러낸 대명소노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외형을 키워 진입과 동시에 주요 사업자로 올라서면 그만큼 경영 안정화와 성ㅈㅇ성을 담보할 수 있다.
과거 대명소노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었다. 2011년 대명엔터프라이즈(현 대명소노시즌) 대표로 취임한 서준혁 회장은 당시 매물로 나왔던 티웨이·이스타 항공 인수에 나지만 가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철회했다. 10년이 지난 올해 티웨이항공 인수에 성공한 서 회장이 이어 이스타항공 인수도 나설 가능성도 크다.
어떤 경우에도 이스타항공은 다크호스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주체가 향후 국내 항공산업에서 의미 있는 사업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LCC 1위 사업자 지위를 굳히는 핵심 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명소노그룹이 이스타항공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한진칼에 이어 확실한 항공업 2위 사업자로 자리를 굳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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