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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악재의 터널' 언제 벗어날까 불매운동 여파로 수익성 악화…높은 개발비 부담 내재

안경주 기자공개 2012-10-16 16:59:03

이 기사는 2012년 10월 16일 16: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73년 설립된 한미약품은 독특한 마케팅 방식을 무기로 2000년 중반 국내 제약업계 매출 2위로 급성장하며 1위인 동아제약을 바싹 쫓았다. '퍼스트 제네릭→개량신약→신약'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으로 시장성 있는 제품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국내 제약업체들이 외국 제약회사의 브랜드 신약을 도입하는 데 집중한 반면 한미약품은 시장성 있는 제품 개발에 성공, 이를 통해 마련한 캐시카우(Cash-Cow)를 신약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창립 39주년을 맞은 지금 한미약품은 긴 악재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쌍벌제'실시와 '의약계의 한미약품 거부 조치'로 시작된 악재는 올해 '약가인하'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적 부진과 차입금 부담에 허덕이고 있으며, 국내 제약업계 5위 수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최근 발기부전치료제 '팔팔'과 천식치료제 '몬텐잘' 등의 판매호조로 실적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이 저하되면서 R&D 투자에 따른 부담은 여전히 내재해 있다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이 '긴 악재에서 벗어나 재도약할지 아니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할지, 그 갈림길에 있다는 분석이다.

◇영업실적 부진·차입금 부담 '이중고'

한미약품은 최근 몇년간 영업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개별재무제표 기준) 7억 원의 영업적자와 5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2010년에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흑자전환했지만 2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배경은 주요 영업망인 의원급 병원에서 처방중단운동(불매운동)이 전개되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처방중단운동이 불거진 2010년 2943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6161억 원) 반토막이 났다. 2009년 영업이익 484억 원을 달성했지만 2010년 24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5125억 원, 영업이익 28억 원을 기록, 실적 회복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듯 했다. 하지만 대규모 약가인하로 인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또다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처방중단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했지만 영업망과 R&D 투자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평택공장 신축 및 기존 화성공장 시설투자, 외형성장에 따른 운전자본부담 증가 등으로 차입규모가 점차 증가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말 기준 차입금은 3136억 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말(2678억 원) 이후 6개월만에 458억 원(17.1%) 늘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게자는 "전반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화성및 평택공장 설비투자, 관계사 지분 취득 등의 자금소요로 차입부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재무제표

◇개발비 부담 내재…악재 터널 벗어날까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액의 15% 내외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제네릭 내수중심에서 개량신약 수출 및 바이오신약 개발역량 강화를 통한 해외사업의 확대로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재정립하면서 R&D 비용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문제는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말 기준 93.14%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141.56%를 기록했다. 특히 2011년 말 120.16%와 비교하면 6개월 만에 21.40%포인트 급증했다. 2009년 33.19%였던 차입금의존도는 해마다 상승해 올해 상반기 말 44.32%로 높아졌다.

다수 프로젝트의 글로벌 임상진행 등으로 R&D 비용 부담이 내재돼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R&D 투자 증가로 당분간 차입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부채비율 증가와 차입금의존도도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긴 악재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한 관건으로 개량신약 개발과 상업화 타이밍을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량신약의 수출 계약, 글로벌 연구과제를 통한 신약개발 등 장기적 성장역량은 충분하다"면서 "다만 수출과 신약의 상업화에 따른 실적기여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측은 "여러 환경 요인으로 인해 그동안 수익 악화가 불가피했다"면서 "개량신약 수출과 바이오신약 개발을 통한 해외사업 확대 등을 적극 추진 중에 있는 만큼 앞으로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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