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의 저주' 두번 피한 동양證, 어떻게 알고? 대표주관·수수료 차등지급 등 요구조건 안맞아 거래 무산
한형주 기자공개 2012-10-26 10:10:58
이 기사는 2012년 10월 26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등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잇단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 청약 실패로 동양증권의 혜안(?)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동양증권은 올 들어 BW 발행을 결정한 동부건설과 동부제철로부터 대표주관사 내지는 인수사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두 건 모두 막판에 거절했다. 결과적으로 4개월 전 동부건설의 800억 원 규모 BW 공모 청약에선 448억 원, 최근 동부제철의 1000억 원 규모 BW 공모 청약에선 725억 원에 달하는 실권 물량이 발생, 동양증권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이에 따라 '재무 주치의'로 명성을 날리던 동양증권이 동부건설·제철의 BW 발행 거래에 '안 뛰어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식연계증권(ELB) 발행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동양증권이라 리스크를 감지하고 딜에서 빠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각기 다른 사정이 있었다.
우선 동부건설은 지난 5월 BW 발행을 결정하면서 가장 먼저 동양증권에게 대표주관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양증권(당시 동양종금증권)은 지난해 11월 동부건설의 1000억 원 규모 BW 발행 거래에서 대표주관을 맡아 22대 1의 청약 경쟁률로 흥행 성공을 이끈 경험이 있다.
동양증권도 처음엔 동부건설의 기대에 부응하려 했지만 뜻밖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부건설 BW 인수단에 참여하려면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 때 마침 동양증권 대표 자리가 공석이었던 것. 동양증권이 주주총회에서 이승국 현대증권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기 직전의 일이다.
동양증권 측은 "업무 공백이 생겼으니 거래 일정을 일주일쯤 연기해달라"고 동부건설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 주식의 액면가는 5000원인데 당시 주가는 3000원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니 동부건설로서는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양측 간 딜은 무산됐고 동부건설은 급하게 아이엠투자증권(당시 솔로몬투자증권)과 대표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
동부건설과 마찬가지로 BW 발행을 결정한 동부제철도 이달 동양증권에 러브콜을 보냈다. 동부제철 측은 앞선 동부건설보다 더 강력하게 참여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BW 발행 규모를 당초 목표인 8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늘리려다 보니 지원군이 필요했던 것이다.
동양증권도 동부제철 BW엔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동부제철이 국내 경제의 기간산업으로 꼽히는 철강제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데다 시가총액도 동부건설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로 커 신주인수권(워런트) 행사 매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동부제철이 동양증권에 제시한 것은 대표주관사 자리가 아니었다. 여기서도 이해 충돌이 야기됐다.
이미 6월부터 BW 발행 계획을 세워둔 동부제철은 아이엠투자증권, 동부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인수단 구성을 거의 매듭지어 놓고 청약 시점을 조율하던 중이었다. 대표주관사도 자사의 5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주관한 아이엠투자증권으로 이미 내정해 놓은 상태였다.
다만 BW 200억 원 어치를 인수해줄 증권사가 더 필요해 동양증권에 참여를 종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수수수료 2%로 만족하지 않은 동양증권은 동부제철 측에 공동 대표주관 자격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사실상 주관사나 다름 없었던 아이엠투자증권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동양증권은 또 동부제철의 수수료 배분 체계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수수료를 사전에 정해놓지 말고 청약이 마무리된 뒤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토록 해달라는 요구였다.
이번 BW 공모에서 동부제철은 청약 때 들어온 총 물량을 각 인수사의 인수 비율에 따라 재배정하는 '통합배정' 방식을 택했다. A증권사 청약에서 실권이 났을 때 초과 총약이 들어온 B증권사로부터 미매각분 만큼 받아오는 방식이다. 이 때 A사는 B사에게 수수료 일부를 지급, 청약 미달의 책임을 지는 게 보통이다. 무임승차(free riding)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변형 통합배정' 방식이라 한다.
하지만 동부제철은 수수료 지급에 있어선 각 인수사가 무조건 인수 금액의 2%만 받아가도록 하는 '개별배정' 방식을 적용했다. B사는 열심히 해봐야 인센티브도 없고, A사는 놀아도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처럼 동양증권의 요구 조건은 인수단으로 참여한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에겐 하나같이 달갑지 않은 것들이었다. 결국 동부제철과 동양증권의 거래도 성사되지 않았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결코 우연의 산물로만 볼 순 없다고 말한다. 주식자본시장(ECM)에선 그나마 덩치 큰 증권사가 발행사에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수수료에 만족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동부건설과 제철의 BW 거래는 자금조달이 필요한 발행사와 수수료 이익을 추구하는 중소형 증권사들 간의 이해관계가 딱맞아 떨어진 좋은 사례"라며 "동양증권은 다른 인수사와 달리 끝까지 요구사항을 관철했고 그 결과 딜에서 제외됐지만 결과적으로 손해 볼 장사는 안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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