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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2004년에도 현대엘리베이터 매각 제안했다" 현대엘리, 회계장부열람 소송서 주장..KCC분쟁 때 LOI 전달

김장환 기자공개 2012-10-29 14:48:06

이 기사는 2012년 10월 29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쉰들러그룹(쉰들러)이 지난 2004년 KCC와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현대그룹에 엘리베이터 사업부 매각을 제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의 회계장부열람 소송에서 나온 얘기다.

사실이라면 일명 '라자드제안서'와 더불어 쉰들러의 소송 의도가 "불순하다"는 현대그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당시 제안서가 왜, 어떤 이유로 만들어진 것인지가 향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회계장부열람 가처분 소송' 항소심 2차 심리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측(법무법인 세종)은 "2004년 초 쉰들러가 당사에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넘기라는 LOI(인수의향서)를 보내왔었다"며 "2010년 라자드 제안과 함께 쉰들러가 소송을 제기한 목적의 부당성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자료"라고 주장했다. 세종은 전날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초는 현대그룹과 KCC 사이에서 현대엘리베이터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다. 2003년 말 KCC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6.2%를 인수해 현정은 회장과 '1차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후 2004년 5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일명 '5%룰(5% 이상 지분 보유 주주 지분 변동 공시 의무)' 위반 혐의로 정 회장에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리면서 당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현대엘리베이터 측 주장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기 직전인 2004년 초 쉰들러는 엘리베이터 사업을 따로 넘겨주면 우호지분으로 참여해 소위 '백기사' 역할을 해주겠다고 제안해왔다. 당시 문서는 LOI 형태로 사측에 전달됐으며 현대그룹에서는 곧바로 거절 의사를 쉰들러에 전달했다. 2010년 라자드제안서를 보내오기 훨씬 이전부터 쉰들러가 엘리베이터 사업 인수를 계속해서 시도해왔다는 주장을 새롭게 내놓은 것이다.

일단 2차 심리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2004년 쉰들러의 LOI를 갑작스럽게 들고 나온 이유는 지난달 27일 열린 1차 심리에서 제기된 라자드제안서의 진실공방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라자드제안서는 엘리베이터 사업 부문을 별도의 자회사로 분할해 49% 지분을 인수하는 구상안으로 쉰들러가 지난 2010년 현대그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서면이다.

그런데 쉰들러 측은 지난달 벌어진 고법 1차 심리에서 종전에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주장을 들고 나왔다. 당시 쉰들러 측(법무법인 김앤장)은 "라자드 제안서는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2006년 이미 현대그룹의 요청으로 합의에 따라 만들어졌던 구조"라며 "비밀유지조항 계약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고 우리 쪽에서 부당한 의도로 새롭게 만든 제안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문제는 라자드 제안서가 1심 소송에서 현대 측이 승소한 결정적 증거자료였다는 점이다. 쉰들러의 이번 회계장부 열람 소송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단서가 됐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에서는 관련 제안서를 근거로 "단순 2대주주로서 권리라기보다 적대적 M&A 등 악의적 의도가 엿보인다"고 판결했다.

때문에 라자드제안서가 현대그룹의 요구로 만들어진 것이 맞는다면 2심 재판 결과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현대 측이 지난 2004년 쉰들러가 엘리베이터 사업 인수 제안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라자드제안서가 만들어진 배경은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쉰들러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현대그룹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인수하려는 욕심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세종 측은 "2004년 LOI는 쉰들러가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불온한 목적으로 이번 회계장부열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LOI에 이어진 라자드제안서를 볼 때, 쉰들러의 회계장부 열람 요구가 선량한 주주로서 행위로 보기가 어렵고, 또 부당한 목적에서 이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 2위 엘리베이터업체인 쉰들러는 지난 2007년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인수설'이 불거지자 "사업에는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었다. 그해 10월 23일 알프레쉰들러 회장은 방한 기자회견을 갖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호적인 투자를 하고 있을 뿐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며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갖고 있음도 분명히 인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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