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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말고 투자' 1주년…투자유치 금액만 79억원 자금조달 어려운 청년창업기업의 젖줄 역할 담당

이상균 기자공개 2012-11-01 11:24:08

이 기사는 2012년 11월 01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청년창업 기업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도로 시작한 ‘쫄지 말고 투자해라(쫄투)'가 방송 1주년을 맞았다. 서울 역삼동 코업 제로스튜디오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9시에 시작하는 이 방송은 지난 1년간 45회가 방송돼 총 47개 벤처기업이 출연했다. 매주 다운로드 건수가 2000건을 넘나든다. 팟 캐스트 비즈니스 부문에서는 여전히 10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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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성과는 방송에 출연한 이후 상당수 기업이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번개장터, VCNC, 우아한 형제들, 플라스크모바일, 브리디아 등 9개 기업이 79억 원을 투자 받았다. 여기에 씽크리얼즈가 카카오에 매각된 것까지 합치면 딜이 성사된 금액은 15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벤처캐피탈이 리스크가 큰 초기기업 투자를 극히 꺼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공이다.

지난달 30일 쫄투 1주년 촬영 현장은 이 같은 성과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이날 방송을 참관한 인원은 약 15명이다.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인력 구성은 다양했다. 벤처캐피탈의 대표부터 대기업의 벤처투자 담당자, 벤처창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IB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쫄투의 홈페이지만을 보고 찾아온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방송의 방식은 사뭇 달랐다.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와 IDG벤처스코리아 이희우 대표가 주인공이었다. 플라스크모바일 김정태 대표와 VCNC 박재욱 대표가 사회를 맡아 이들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동안 벤처창업가들에게 질문만 해온 벤처캐피탈 대표들과 입장을 바꿔 방송을 해보겠다는 역발상이다. 가운데 테이블을 차지한 벤처캐피탈 대표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송 대표는 "항상 질문을 하는 공격수에서 수비수 입장이 되 보니 창업가들의 고충이 느껴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 질문의 수위를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질문은 주로 벤처캐피탈을 운영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지에 집중됐다. 청년창업가들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투자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송 대표는 "벤처기업의 대표가 투자를 받자마자 고가의 외제차로 바꾸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다"며 "자금이 넉넉지 않은 벤처기업은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운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청소가 잘 된 곳이 회사 운영 및 관리도 잘 된다"며 "디지털프로그의 경우 톡톡 튀는 매력은 없었지만 이런 조건을 대부분 충족해 망설임 없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심사역 시절 투자를 했다가 실패한 업종은 아무래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주로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투자를 하곤 한다"며 "내가 잘 알 정도면 이미 업계가 정리된 뒤라서 투자 기회도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그는 "2010년 초반만 해도 벤처캐피탈이 무료메신저 시장을 파악하지 못해 카카오톡 투자를 상당히 꺼렸지만 이는 판단 착오였다"며 "차라리 잘 모를 때 과감히 투자하는 게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경영진의 성격"이라며 "역경이 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갖추고 집념과 돌파력이 있는 독종 같은 스타일의 경영진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창업기업들이 투자를 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특히 투자제안서 작성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송 대표는 "자신이 하려는 사업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하는데 70~80%는 그렇지 못하다"며 "창업가들이 냉정한 시각을 갖고 좀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투자제안서의 내용이나 구성이 최소한의 형식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하루에 수십개 이상의 투자제안서를 받아 보지만 이중 한 건을 읽어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채 안 된다"며 "이 짧은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 게 전혀 없다면 검토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이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IR을 할 때의 요령에 대해서도 조언이 이어졌다. 송 대표는 "심사역들이 공격수와 수비수로 역할을 나눠 일부러 자극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흥분하지 않고 차분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로서의 고충에 대한 소회도 이어졌다. 송 대표는 "100개가 넘는 벤처캐피탈 중 약 10%가 사라지곤 한다"며 "벤처캐피탈 역시 벤처기업과 만찬가지로 유한책임투자자(LP)로부터 펀드레이징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형 벤처캐피탈은 투자 여부를 놓고 각 부서별로 정치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3~4명으로 구성된 LLC형 벤처캐피탈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사회를 맡은 김정태 대표는 "지난 1년간 쫄투를 통한 청년창업기업의 투자 활성화는 중소기업청 등 정부보다도 그 성과가 더 두드러졌다"며 "다만, 방송 출연업체가 서비스 업체로 편향됐다는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방송 초기 양질의 업체들이 출연하면서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 것 같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업종으로 범위를 넓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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