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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청년기업에 쫄지 말고 투자해봐” 청년창업가-투자가 연결시키는 팟캐스트 방송 오픈

이상균 기자공개 2012-01-13 11:30:47

이 기사는 2012년 01월 13일 11: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치권의 최근 화두는 "나는 꼼수다"다. 정치권을 향해 촌철살인을 날리는 이 방송에 젊은 청취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시원하게 내뱉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도 뜨고 있는 방송이 있다. "쫄지 말고 투자해라(이하 쫄투)"다. 나꼼수와 마찬가지로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다운로드를 받는다. 차이점이 있다면 영상이 함께 나간다는 점이다. 방송 1회당 다운로드 건수가 1500건을 육박한다. 팟캐스트 비즈니스 부문에서 꾸준히 10위권 이내에 위치해 있다.

쫄투를 기획한 주인공은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와 IDG벤처스코리아의 이희우 대표다. 리스크가 큰 청년창업기업에 투자를 망설이는 벤처캐피탈에 "쫄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창업을 원하거나 이제 막 창업한 젊은이들을 벤처캐피탈과 연결시켜 투자를 활성화시키자는 목적도 녹아들었다. 방송이라는 공개된 자리를 통해 젊은 창업자들을 혹독하게 검증해 보자는 의도도 있다.

이미 부수적인 성과도 거뒀다. 4회 쫄투 방송에 출연한 VCNC 박재욱 대표는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에서 1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희우 대표는 "박 대표는 역대 쫄투 방송 출연자 중에서도 가장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말을 잘 했다"며 "VCNC의 향후 기업가치도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으로 단련된 덕분에 벤처캐피탈 심사역을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PT) 능력이 향상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쫄투 방송녹화는 서울 역삼동 코업 제로 스튜디오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9시에 이뤄진다. 현재까지 총 10개 방송이 녹화됐다. 이중 7개가 업로드(upload)돼 있는 상태다. 업로드는 방송 이후 일주일이 지난 매주 화요일 오후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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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IDG벤처스코리아 대표, 제갈명식 카리스엠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왼쪽부터)

기자는 지난 10일 방송녹화 현장을 방문했다. 평소보다 많은 12명이 스튜디오를 꽉 채웠다. 송 대표와 이 대표를 비롯해 이전 방송에 출연했던 청년 창업가와 방송 제작자, 개인투자자 등이 눈에 띄었다. 좁게만 느껴지는 스튜디오에 열기가 후끈했다.

9시15분쯤 녹화가 시작됐다. 이날 출연자는 카리스엠의 제갈명식 대표다. 제갈 대표는 지난해 4월 카리스엠을 창업했다. 이전에는 기아차에서 2004년부터 근무하며 중장기 상품운영,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상품 개발 등을 담당했다. 젊은층에게 인기를 모았던 쏘울의 제품기획과 카렌스 신차, 스포티지 개조차의 론칭도 맡았다.

제갈 대표는 "카리스엠은 자동차 운행정보를 취합해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업체"라며 "이를 통해 연비개선, 자동차 자가진단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루투스 동글이라는 장비를 자동차에 장착한 뒤 운행정보를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에 전송하는 방식"이라며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30~40대 남성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동글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송은강 대표가 특유의 저음으로 까칠한 질문을 쏟아부었다. 8만원이라는 가격이 소비자에게 적잖이 부담이 될 것이라는 평이었다. 동글 10만대를 팔아야 매출 8억원이 발생하는데 이 정도 수준의 판매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동글 판매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스튜디오에 일순간 긴장이 흘렀다.

제갈 대표도 밀리지 않았다. 그는 "자가진단을 통한 연비개선으로 기존 기름 값의 30%를 절약할 수 있다"며 "기름값을 매달 1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세 달이면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기기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동글 판매단가는 내려가기 마련"이라며 "매출처가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는 지적을 했는데 동글과 연계한 연비개선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맞받아쳤다. 동글을 통해 수집한 자동차 정보를 재가공해 팔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 보험료 산정 상품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장이 아직 형성돼 있지 않아 투자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제갈 대표는 "SK M&C는 동글이 향후 연 100만대 가량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며 "이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관련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날카로운 설전이 오가면서 녹화시간 30분이 지났다. 이제는 송은강 대표와 이희우 대표가 실제 상황을 가정해 카리스엠에 얼마를 투자할지를 밝힐 차례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다. 이 대표는 3억원을 제시했다. 카리스엠이 원했던 5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 괜찮은 수준이다. 반면 송 대표는 "만약 투자를 한다면 아주 소액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투자액 공개를 거부한 사례는 처음이다. 제갈 대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방송이 끝난 후 제갈 대표는 둥글에서 취합한 자동차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시연했다. 다양한 기능에 참석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제품 개발에 땀 흘리며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녹화 때보다 반응이 더 좋았다. 이희우 대표는 "쫄투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의기소침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쫄투에서 얻은 경험을 발판삼아 자가 발전해 나간다면 투자 유치도 한결 수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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