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 이어 직장 폐쇄 수순 들어가나 2년전 희망퇴직 악몽 재현...공장부지 용도변경설 및 매각설 등도 확산
김장환 기자/ 김동희 기자공개 2012-12-20 11:02:10
이 기사는 2012년 12월 20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제지 최대주주가 회사의 위기상황에 관망 자세를 취하면서 애꿎은 직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DK코리아, 소프트뱅크가 지방정부(오산시)의 소각보일러 인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사업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쌍용제지 노동조합은 거의 두 달째 1인 시위에 나서며 오산시의 사업허가를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의 경영진과 최대주주는 소각보일러 설치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 사업인허가 서류 제출도 않고 직원들에 '휴업'만 언급
쌍용제지 노조는 오산시청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벌써 두 달째다. 노조는 법적으로 쌍용제지 소각보일러 설치에 문제가 없으니 오산시에서 이를 허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오산시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향후 대규모로 시위를 확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오산시는 소각보일러 인허가를 사측이 제출한 서류를 받아본 후 면밀한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쌍용제지의 소각보일러 설치장이 신도시가 들어설 택지지구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인허가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서류 접수 후 검토가 원칙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쌍용제지는 오산시로부터 확답을 우선 들은 후 신청서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오산시에 소각로 인허가를 한차례 신청했다가 철회했고, 만약 이번에 '불허'가 되면 민원법 21조에 의거 다시는 소각로 설치를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쌍용제지는 당시 인허가를 철회했던 이유를 오산시와 합의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쌍용제지 관계자는 "오산시 환경사업소에서는 인허가가 나기도 전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계속 전달해왔다"며 "이에 시위를 거론하자 '총선 때 구설수를 만들지 않으면 이후에 해결해주겠다'고 말해 허가서를 철회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선이 끝난 이후로도 아무런 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산시는 시위로 맞서고 있는 쌍용제지 직원들에 여전히 비관적이라는 견해만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총선 후에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겠다던 정치권 인사들도 모두 꽁무니를 빼기는 마찬가지.
이런 상황에서 쌍용제지 최대주주인 DK코리아와 소프트뱅크는 "소각보일러 인허가가 안되면 회사를 폐업해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작 오산시와 타협이나 대화를 나서는 것은 모두 쌍용제지 노조 측이다. 최대주주는 직원들에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소각보일러 인허가 실패 시 회사 폐업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직원들에 제시한 '플랜B', '플랜C'는 검토도 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쌍용제지 최대주주가 오산시 외곽의 폐기물재활용 설비를 설립할 수 있는 부지를 찾아 나설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새롭게 지정된 장소로 모두 이전하는 방안이다. 쌍용제지의 공장부지는 장부가로 1242억 원, 공시지가로 669억 원이다.
허가가 수월한 곳에서 다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는 자금이다.
그러나 쌍용제지 경영진과 최대주주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제지업을 위해서는 공업용 용수를 수월하게 공급받아야 하는데 그런 입지조건을 갖는 부지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오산시와의 인허가 해결방안을 찾기에도 소극적이다.
지난 11월 오산시의 상급기관인 경기도청이 나서서 시청, 쌍용제지, 주민들의 면담을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사측의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사업장을 폐쇄할 정도로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정작 경영진과 최대주주는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2년 전 희망퇴직 '악몽'..임금 삭감, 자칫하면 직장 폐쇄 '어쩌나'
일각에서는 쌍용제지 경영진과 최대주주가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데 얼마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쌍용제지가 공장 부지의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거나 모 유통업체에 20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문까지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소문이 확산될 수록 직원들의 불안감만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단행한 대규모 희망퇴직의 악몽이 1년도 안 돼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당시 45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회사 밖으로 내몰렸다. 정작 회사에서 이들 퇴직자에 쥐어준 보상은 단 9개월 치의 월급뿐이다. 이 중에서도 자진해서 퇴직을 신청한 인원은 단 20명. 나머지 절반은 반강제에 가깝게 퇴사했다.
회사에서는 이번 소각보일러 인허가 문제를 언급하며 직원들에 임금삭감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이는 소각보일러 인허가 불발 여부와 관계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노조의 전언이다.
쌍용제지는 지난해 경영난이 가중돼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에도 그다지 회사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6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부실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각보일러 문제에 직원들만 내몰리고 있다. 노조만이 앞장서서 시위 현장을 찾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소각보일러가 허가되지 않으면 희망퇴직, 임금삭감도 모자라서 직장을 통째로 잃게 될 상황에 놓였다.
15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규모가 다르긴 하나 수십 명의 노동자들을 퇴직시켜버린 제2의 쌍용차 사태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계획안조차 내지 않고 인허가를 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폐기물재활용 설비가 필요하고 사업장 폐쇄와 직결된 문제라면서 경영진과 최대주주의 적극적인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11월 도지사 주관 하에 나선 면담을 거절한 것도 그렇고 노조만 설비 유치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의문이 많다"며 "결과는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직원들만 안쓰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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