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종합식품기업' 발돋움할까 '오너 2세 경영체제' 본격화..대기업 물량공세 사업 다각화 꾀해
신수아 기자공개 2013-01-04 17:17:27
이 기사는 2013년 01월 04일 1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찹과 3분 카레의 1인자 오뚜기. 다양한 제품 가운데에서도 오뚜기를 대표하는 주력 제품들의 놀라운 시장 지배력은 대기업의 물량 공세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든든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매출 1조 5000억 원이 넘는 덩치를 자랑하면서도 보폭은 소극적이기만 했다.그랬던 오뚜기가 '오너 2세 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차(茶)류 시장과 건강기능식품시장에 뛰어들며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소비 패턴 변화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며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던 오뚜기가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선 것을 두고 갖가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점차 포화에 이르고 있는 내수 시장과 다국적 기업들의 물량공세가 시작된 해외 시장에서 오뚜기의 포지셔닝이 무엇일지 사뭇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 조미-레토르트 식품 압도적 시장지배력.... 대기업과의 경쟁 심화
케찹과 마요네즈류의 드레싱과 3분 카레, 당면과 미반. 언뜻봐선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상품으로 매년 1조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 바로 오뚜기다.
탄탄한 매출의 배경에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에 있다. 케찹, 마요네즈, 카레, 레토르트 등 주요 사업이 8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참기름 사업에서도 시장지배력이 40%에 달한다.
알짜 먹잇감을 그냥 둘 리 없다.CJ제일제당과 대상이 2009년과 2010년 카레와 레토르트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을 선언했다. 참치의 명가 사조산업도 마케팅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며 오뚜기의 참치캔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기도 했다. 오뚜기는 2010년 실적하락의 쓴 맛을 보았다. 대기업의 마케팅 파상공세는 자연히 오뚜기의 마케팅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시장에 진입한 2009년과 2010년 오뚜기의 판관비(광고선전비와 판촉비 포함)는 예년에 비해 13%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오뚜기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거대 경쟁업체의 등장에도 여전히 레토르트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76%를, 카레 시장에선 83%(2012년 3분기 기준)를 지켜냈다.
오뚜기의 사업 구조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소비 트렌드 변화로 울상을 짓는 여타의 식품업체들과는 다르게 경기 불황과 내수 경쟁 포화에 도리어 초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레토르트 등의 주력 제품들이 도리어 각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가 내수 시장 경쟁과 불황으로 성장 둔화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오뚜기의 사업 구조를 보면 1인 가구의 증가나 식생활의 서구화 등 현재 소비 트렌드에 적합해 도리어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1~2인 가구 증가와 여성 경제활동 확대, 식생활이 서구화 되면서 편의식품(레토드르, 즉석밥, 냉동식품 등)의 소비가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제품에 주력하는 오뚜기에겐 호재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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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세 경영 본격화.... 신성장동력에 대한 '갈증'
불황 속에서도 견조한 성장을 보여온 '짠돌이' 오뚜기에게서 변화가 감지 되고 있다.
함태호 명예회장의 장남 함영준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 받으며 오너의 다각화 의지가 사업 전반에 투영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한 우물 파기로 유명한 오뚜기가 다각화 채비에 나선 것은 함영준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후다. 2010년 삼화한양식품 인수를 발판으로 차(茶)류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유자차와 궁중한차, 율무차 등의 전통차를 출시하며 지난해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2년 초에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네이처바이'라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론칭했으며, 홍삼시장에도 진출해 '네이처 바이 진생업'이라는 서브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장에선 오뚜기가 생활용품 사업도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추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초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 사업목적에 △세제, 칫솔, 비누를 포함한 생활용품 △화장품 △의약외품 제조·판매업 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뚜기는 한번에 보폭을 크게 키우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생활 용품 사업 진출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진출해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뚜기의 변화에 쏠리는 관심은 크다. 건강식품과 차류만으로도 가공식품에 주력하던 기존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시장에선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합병에 나설 수 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아직 매출 볼륨이 적은 해외 사업을 강화하거나 냉동 및 육가공 분야를 강화시키기 위한 수순일 수 있다는게 업계의 추측"이라고 설명했다.
◇ 탄탄한 재무.... 사업 확장의 여력은 충분
보수적으로 재무를 운영하는 오뚜기는 수년간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유지해왔다. 1997년 이후 로는 회사채를 발행한 적도 없다.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함에도 섣부르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지도 않는다.
일단 오뚜기는 주요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생산 설비를 과다하게 늘리지 않는다. 국내에 총 3곳의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높은 매출을 끌어내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또한 신사업이나 해외사업에 과도하게 나서지 않으면서 재무적 출혈을 피할 수 있었다. 최근에 와서 시설 자금 등으로 차입이 일부 증가했으나 양호한 현금흐름으로 현금성 자산도 함께 늘어 부채비율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자회사나 관계사의 사정도 나쁘지 않아 재무적인 부담이 없다. 오히려 매년 70억 원에서100억 원 가량 발생하는 지분법 이익도 쏠쏠하다.
오뚜기라면(라면 생산), 오뚜기제유(유지 생산), 오뚜기냉동식품(냉동식품 생산), 오뚜기물류서비스(물류) 등 국내계열사와 멕시코 법인등 일부 해외 법인들이 지분법 적용을 받는다. 2009년 에는 125억 원, 2010년에는 111억 원의 지분법 이익이 발생했다. 2011년 부터는 회계기준이 변경되며 다소 줄어들어 64억 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양호한 재무 상황은 향후 사업다각화가 탄력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가공식품에만 집중하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해 오던 오뚜기의 신사업 발굴이 여기서 멈출 것만 같지 않은 이유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식음료 기업들이 주력하는 신사업이나 해외 사업의 성적이 향후 실적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뚜기의 경우 오랫동안 한가지에 집중하다 사업다각화에 나선만큼 그 성패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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