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행보' 차석용, 움츠린 아모레 계속 따돌리나 LG생건, M&A로 급성장..영업이익 등 실적격차 점점 벌어져
김익환 기자공개 2013-01-11 11:46:50
이 기사는 2013년 01월 11일 11: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다시 한번 광폭 행보에 나섰다. 보유현금과 차입금을 털어서 일본 화장품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는 등 다시 사업확장 모드에 돌입했다. 인수합병(M&A)으로 화장품 업계 '만년 2위' 설움을 불식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업계 정상인 아모레퍼시픽은 곳간에 현금을 차곡차곡 쌓아둔채 화장품 1위 수성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의 공격적인 몸집불리기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 등 실적면에서는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 'M&A 귀재'의 광폭행보
11일 fn가이드 등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2012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707억 원으로 아모레퍼시픽 전망치(3991억 원)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은 2011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아모레퍼시픽을 앞지른뒤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다.
화장품 업계 만년 2위인 LG생활건강은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007~2011년 LG생활건강의 연평균 영업이익 증가율(CAGR)은 35.9%로 아모레퍼시픽(12.6%)을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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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격차는 LG생활건강의 공격적인 M&A에서 비롯했다. 차석용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M&A가 실적 추월의 비결이었다. 글로벌 생활용품업체인 P&G에서 13년 동안 재직했던 차 부회장은 1997년 P&G아시아의 쌍용제지 인수작업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으면서 M&A 전문가로 입지를 다진다. 2001년 해외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은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차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채용한다. 차 부회장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과 일하면서 M&A 인맥과 전략을 가다듬었다.
2005년 LG생활건강의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되면서 차 회장의 M&A경력도 꽃을 피웠다. 취임후 8차례 인수합병을 시도해 대부분 큰 성과를 거뒀다. 성공적 M&A를 기반으로 LG그룹의 가장 주목받는 CEO로 입지를 다졌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LG전자와 디스플레이가 부진한 여파도 컸다.
차 부회장은 생활용품·음료 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생활용품·화장품·음료 사업의 매출 비중을 고르게 유지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매출 전략과 맞물려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3136억 원에 2009년에는 더페이스샵을 4200억 원에 인수했다.
공격적인 경영 행보는 인수대금 마련에서도 드러난다. 자금을 탈탈 털어넣어 원하는 것을 손에 쥐고야 만다. LG생활건강은 오는 15일 발행하는 5000억 원의 회사채 대금 가운데 2000억 원을 일본 에버라이프(Everlife Co., Ltd.) 인수대금으로 쓴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달 17일 에버라이프 지분 100%를 3294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회사채(2000억 원)와 보유현금(1294억 원)으로 조달하는 셈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1310억 원의 현금성자산(현금, 단기금융예치금 등)을 보유하고 있다. 4분기 벌어들인 영업현금을 제외하면 보유한 현금을 몽땅 소진하는 셈이다. .
◇ LG생건, 아모레퍼시픽과 격차 커지나
차 부회장의 광폭 행보는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과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업계 시장점유율(2011년 기준) 32.7%로 LG생활건강(13.1%)과 더페이스샵(5.3%)을 크게 앞선다.
확장전략을 자제한 채 벌어들인 현금을 차곡차곡 곳간에 쌓아두는 전략도 LG생활건강과는 판이하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7708억 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된 수원과 김천 공장의 토지·건축물, 태평양금속 지분 등은장부가격이 2007억 원에 달한다. 용산 본사를 비롯한 보유 부동산 장부가도 1조50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넉넉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지만 외형확대에는 보수적이다.아모레퍼시픽 그룹의 계열사는 2012년 4월말 기준 10개로 10년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추진하고 있는 태평양제약 흡수합병도 완료되면 계열사는 외려 1개 감소한다. 1990년 대 초반 금융(태평양증권)·전자(태양잉크) 사업으로 전개했지만 IMF금융위기 때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화장품 사업에만 집중해왔다.
화장품 업계에선 양사의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화장품만 놓고 보면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을 따라잡지 못하는 까닭에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수한 일본 화장품업체의 실적이 안정화하면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과의 영업이익 격차를 더 크게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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