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연일 '오버부킹'…위기설 '무색' 매매량 급증, 신용스프레드 축소…유암코 발행 철회는 씁슬한 뒷맛
황철 기자공개 2013-01-21 08:00:28
이 기사는 2013년 01월 2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에 연초 대기 수요가 폭발하며 발행하는 채권마다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 입찰에서 쓴맛을 본 투자자들이 유통시장으로 몰리면서 거래량도 갈수록 폭증하고 있다.크레딧리스크가 부각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수요예측에서 연일 오버부킹(over booking)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기업들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연초 시장 파악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채권 발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실체 없는 회사채 위기설을 무색케 하는 결과다.
신용평가와 관련해서도 희소식이 먼저 찾아왔다. 현대자동차는 유효신용등급이 한 단계 오르며 AAA급 회사채 발행사로 우뚝 섰다. 삼성SDS는 10년만에 기업신용등급을 받으며 또하나의 우량 발행사 등장을 예고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첫 전자단기사채 발행의 주인공이 되며 단기금융시장 체질 개선의 신호탄을 올렸다. 연합자산관리는 대표주관사와의 의견차로 채권 발행을 전격 취소하며 호사다마의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 LG생활건강·현대로템, 응찰수요 2배~4배
준비는 끝났다. 연말연시 시장 분위기를 탐색하며 한해 조달계획 수립에 나섰던 우량 대기업들이 하나둘 채권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기관투자자도 뭉칫돈을 꺼내 회사채 시장의 활황을 이끌고 있다.
지난주(1월14~18일) 국내 채권 발행량(SB, FB)은 1조3560억 원에 이르렀다. 전주 4050억 원의 3배에 이르는 액수다. ABS 발행이 단 한 건도 없었고 아직 대기업들이 연간 조달집행을 본격화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로 볼 수 있다.
특히 일반 기업 채권(SB) 발행량이 9200억 원에 이르렀다. LG생활건강 5000억 원, 한국수력원자력 3000억 원, 신한금융지주 1000억 원, 동부팜한농 200억 원씩을 발행했다. LG생활건강(AA0)은 △일천한 채권 발행 전력 △5000억 원에 달하는 물량부담 △연초 기관 투자의 신중론 등을 부각한 일각의 우려를 한순간에 불식시켰다. 역대 최대 규모의 빅딜에서 공모액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9700억 원 어치의 수요가 몰렸다. 금리를 밴드 상단보다 2bp 낮춰 발행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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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흥행 분위기는 A급에서도 계속됐다. 지난주 수요예측에 나선 현대로템은 한술 더 떴다. 공모금액의 4배 가까운 투자수요를 모으며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1000억 원 모집에 3700억 원의 수요가 몰렸다.
금리는 개별민평보다 8bp나 낮은 3.15% 수준(수요예측일 기준)으로 결정됐다. 현대로템 신용등급(A-)보다 한 노치 높은 AA- 등급 민평 3.1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금리로만 보면 A+로 신용등급이 오른 지 4개월만에 등급 내 기업을 모두 제치고 AA급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현재 회사채 시장의 풍부한 기관 수요를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 SB 거래량 3.5조, 크레딧 스프레드 급감
유통시장에서도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주 일반기업채권(SB;지방공사채 포함) 거래량은 3조4857억 원에 달했다. 전주 1조1788억 원보다 3배 가량 증가했고 평주보다도 1.5배~2배 가까이 늘었다. 금통위 경계감이 사라지고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거래량 급증은 AA- 3년물 크레딧 스프레드를 전주말보다 6bp나 떨어지게 했다. 신용스프레드는 올해 개장과 동시에 꾸준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채 시장 위기설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채권 시장에서도 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주 후반 AA급 위주로 수요가 몰려 AA+ 카드·캐피탈채의 국고 3년물 대비 스프레드는 전주보다 4bp씩 떨어졌다. 발행시장에서도 현대캐피탈이 7년물을 전일 민평보다 15bp나 낮게 찍는 등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우호적 발행에 성공했다. 롯데캐피탈도 3년·5년물을 민평보다 5bp 낮게 찍었다.
탈도 있었다. 연합자산관리는 수요예측을 완료하고도 발행을 돌연 취소했다. 대표주관사와 금리결정을 두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대표주관사는 미매각을 최소화하기 위해 희망금리밴드 이상을 요구했지만 연합자산관리가 사전합의를 이유를 이를 거부하며 사태가 빚어졌다.
발행제도 개편 이후 대표주관사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금리결정 과정에서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의 의견 조율이라는 주관사의 역할에 실패한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금운용계획을 철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발행사나 주관사 모두 레퓨테이션 리스크(Reputation Risk)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한편 15일 단기금융시장을 진일보시킬 전자단기사채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한국증권금융은 첫 단기사채 100억 원 어치를 발행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첫 인수사가 됐다.
◇ 현대자동차·삼성SDS, 초우량 채권 등장 예고
새로운 우량 채권 등장의 기반도 형성됐다. 현대자동차는 NICE신용평가에 이어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상향 통보를 받았다. 회사채 시장에서 통용하는 유효 신용등급이 AAA로 오르며 초우량 채권의 신규 발행을 기대하게 했다.
국내 최고 그룹 계열인 삼성SDS는 10년만에 기업신용등급을 받으며 우량 회사채 발행의 근거를 마련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16일 삼성SDS의 기업신용등급을 AA0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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