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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시장 온기, A급으로 확산되나 증권사 미매각 회사채 부담 해소…대규모 만기 앞둔 기업들 행보 관심

강종구 기자공개 2013-01-28 08:03:59

이 기사는 2013년 01월 28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 은행은 최근 A급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에 대한 영업을 강화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A급 기업의 차환 발행이 여의치 않다고 하자, 이들 기업들을 잠재 대출고객으로 보고 집중 공략할 심산이다. 은행권이 A급 기업을 적극 공략하고 나올 경우 회사채 시장은 순순히 그 영토를 내 줄까, 아니면 전열을 가다듬고 수성(守城)에 나설까. 웅진그룹 사태 이후 'A급도 못 믿는다'는 심리를 재생산시키고 있는 일부 회사채시장 참여자들의 향후 대응이 궁금해진다.

한때 3조~4조 원에 달한다던 증권업계의 미매각 회사채 이슈는 완전히 해소됐다. 일부 증권사가 미매각 물량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았을 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고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회사채 시장에 병목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현재로서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회사채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은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 회복이 빠르지 않을 것이란 기대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으로 우량 기업들의 발행 조건은 매우 양호한 상황이다.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크레딧물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고 우량 기업은 역사상 최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기회를 만났으니 발행시장 활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AA급 중심으로 불던 회사채 시장의 훈풍은 A급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A급 회사채에 대한 매기가 형성되고 있고 수요예측에서도 A급 회사채의 선전이 돋보인다.

◇ A급 이상 회사채 수요예측, 미배정 물량 '0'

A급 회사채의 승전보가 이어지고 있다. 비교적 신인도가 높은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현대로템(A+)과 KT텔레캅(A0)가 풍부한 투자수요를 확인하며 발행에 성공한데 이어 대상(A+)과 두산인프라(A0) 역시 수요예측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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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각사 증권신고서, thebell Plus 집계

대상의 수요예측 결과는 경이로울 지경이다. 희망금리가 공격적으로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유효경쟁률이 3년물 3.8 대 1, 5년물 1.8배 1을 기록하며 금리밴드의 하단에서 전액 낙찰됐다. 신용등급이 오른 후 처음 발행한 회사채 금리가 한 노치 위인 AA-등급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매각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던 두산인프라코어(A0)도 결과적으로 수요예측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주관사인 현대증권은 발행 물량을 2000억 원에서 1600억 원으로 축소하고,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산업은행이 일정 금액을 떠안는다는 보험(?)까지 들고 나서야 수요예측에 나섰다. 결과는 오버 부킹(over booking)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유효수요를 모두 수용하고 산업은행이 인수할 280억 원을 보태 원래 계획했던 2000억 원으로 발행액을 다시 늘렸다. 따지고 보면 1720억 원의 공모 회사채와 280억 원의 산업은행 인수 사모사채를 발행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AA-) 현대제철(AA0) 신세계(AA+) 등 AA급 기업들의 수요예측 결과 역시 양호했다. 발행금액이 최소 2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회사채였지만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넘쳤다. 확정금리도 희망 공모가 밴드의 중간에서 결정돼 투자자와 발행사가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 지방공사채 인기는 과열인가

AA급 지방공사(SH공사 포함)들은 좋은 조건에 회사채 발행을 성사시키고 있다. 유통시장에서도 그간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 이하로 내려가면서 AA급 지방공사채의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방공사채의 최근 인기에 대해 재고해 봐야 할 필요를 제기하는 이슈도 등장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유동화와 강원도개발공사의 파산 가능성이 그것이다.

강원도는 강원도개발공사의 채무를 독자적으로 상환할 수 없다며 정부가 매입을 해주지 않으면 알펜시아리조트의 청산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다수의 지방개발공사들이 사실상 독자적인 차입금 상환능력이 없는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강원도가 정부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형국인데, 채권 투자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숙제를 안게 됐다. 지방개발공사들이 AA급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는 역시 정부의 지원 가능성 때문인데,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정부와 정부의 자금지원을 끌어내려는 지자체의 줄다리기가 어떤 결말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지방공사채의 신용등급과 금리는 재평가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미수금 유동화가 불발로 그치면서 당분간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5조 원에 달하는 미수금은 금융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회계기준원의 통보를 받았고 이제 자산성 유무에 대한 판단마저 불확실한 상황이다. 결국은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그때까지 한국가스공사의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유동화가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공기업에 대한 가격통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정부의 가격 통제는 공기업 신용등급에 수익성을 압박한다는 마이너스(-) 효과 외에 지원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플러스(=) 효과도 준 것이 사실이다. 한국전력 등 비슷한 이슈를 안고 있는 다른 공기업들도 넓은 의미에서 영향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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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증권예탁원(주식관련사채 제외, 지방개발공사 제외, ABS제외, 100억 원 이상)
◇KT의 사무리이본드 실험 '대성공'…"장기물도 통한다"

KT가 올해 처음 발행한 사무라이본드는 일본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주문을 받았다. 과거 한국계 사무라이본드가 2년 이내 만기로 발행된 것과 달리 2년, 3년, 5년으로 나누어 발행됐는데 3년물과 5년물의 인기가 훨씬 높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간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는 3년물 이상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소극적이었던 한국계 발행사들은 이번 KT의 실험으로 장기물 사무라이본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발행금리 역시 지난해 정책금융공사를 하회할 정도로 낮았고 통화스왑 조건도 좋아 여러모로 성공한 딜(deal)이라는 평가다.

올해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으로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한 신한은행은 규모보다는 금리에 신경을 쓴 표정이 역력하다. 신한은행이 제시한 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국내 시중은행들이 발행한 글로벌본드 가운데 최저였다.

한국가스공사는 태국 바트화채권 발행을 철회했다. 32억 바트(약 1억 달러) 규모의 발행을 위해 현지에서 넌딜 로드쇼까지 마쳤지만 미수금 유동화 계획이 틀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는 올해 연간 45억 달러의 해외채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향후에도 미수금 유동화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국제금융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 회사채 시장의 온기, A급으로 확산되나

연초 AA급 강세가 지속되면서 우량 등급 회사채의 크레딧 스프레드는 대폭 축소됐다. AA-등급 3년물 스프레드는 연초 이후 9bp 가량 줄어 사실상 더 이상의 축소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최근 AA급 지방공사채와 A급 회사채에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A등급과 A등급의 금리차이가 최근 1년래 최고에 달하고 있어 A급 회사채 중 신용위험이 부각되지 않은 업종이나 기업의 회사채로 매기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A급 기업에 온기가 전해지기는 어렵다. 우선은 A+등급을 중심으로 스프레드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같은 A급 기업이라도 업종별, 기업별 차별화는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옥석 고르기 장세에서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일부 건설사와 대규모 만기도래가 예정된 조선 및 해운사들의 향방이 주목된다.

GS건설은 사상 최대규모인 38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희망금리를 민평 대비 15bp 가량 높게 적어내고 11개나 되는 인수단을 구성해 수요예측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기업어음도 3000억 원을 발행하는 등 시장성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급 건설사인 SK건설도 단일 회차로는 역대 최대인 2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GS건설과 마찬가지로 개별 민평보다 높은 희망금리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장의 차환 일정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선제적인 유동성 확충이거나 운영자금 용도일 것으로 보이는데, A급 건설사에 대한 시장의 심리를 알려줄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NCR을 높이기 위한 증권사들의 후순위채 발행도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증권이 2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후순위채 만기를 맞게 되는 유진투자증권이 행렬에 합류할 지 관심이다.

또 2월 중 대규모 만기를 앞둔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현대산업개발의 행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차환물량의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충분한 기관 수요를 확보하기 사실상 어려워 다른 자금조달 채널을 모색할 방법이 높다. 실제로 모 해운사의 경우 해외 전환사채 발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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