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2월 07일 14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흔하게 듣는 말로 프라이빗 뱅커(PB)가 있다. 고액 자산가의 자산 관리를 도와주는 금융회사 직원을 일컫는 말이다. 비슷한 의미로 웰스 매니저(WM)란 용어도 종종 사용된다. 일부에선 이 둘을 합친 프라이빗 웰스 매니저(PWM)란 용어도 쓴다. 미국에서 자산관리로 잘 나간다는 메릴린치증권에선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A)라고 부른다고 한다.기업금융에 종사하는 사람을 인베스트먼트 뱅커(IB)라고 부르는 것에 비하면 호칭의 과잉이다. 관련업계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이들 단어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한다. 그나마 PB라는 용어가 초창기부터 사용되면서 익숙한 것 같다.(여기서는 편의상 PB로 부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증권사마다 PB의 기준도, 자격도 애매하다.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PB가 1000명이 넘는다. 1200명에 달하는 증권사도 있다. PB와 영업직원을 구분하기 애매하다고 했다. 그래서 지점에서 영업하는 직원은 모두 PB라고 부른다고도 했다. 대형증권사의 한 직원은 "PB가 별거 있나? 아무나 하는거지"란 말을 스스럼없이 이야기 한다.
PB 고객 현황이나 관리 자산의 기준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고액 자산가의 기준이 뭔지 알 수 없다. 증권사별로 제각각이다. 3000만원이 넘으면 PB 고객이라는 곳도 있고, 10억원 이상은 돼야 제대로 된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대외비라고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다. '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를 도와준다는 사전적 기준에 대입하면 '진짜' PB가 이렇게 많을 수 있을까.
문제는 무차별적으로 PB 자격을 부여하지만 이들의 수준이 천차 만별이라는 점이다. 지점에서 주식 영업만 하던 직원이나, 펀드만 판매해오던 직원까지 모두 PB로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PB의 질적인 신뢰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능력있는 PB를 만나는게 '복불복'이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 좋다. 누구를 PB라고 부르든 그건 회사의 방침. 그렇다면 회사 차원의 전략적인 지원이나 교육이라도 제대로 해야하는건 아닌지 궁금하다. PB 한명이 수십명에 달하는 고객의 성향을 파악한 후 포트폴리오를 설계, 상품 추천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 미국의 메릴린치증권이나 리테일 전문 증권사인 에드워드 존스 같은 곳은 포트폴리오 설계나 상품 분석을 회사 차원에서 제공하고, PB는 이를 고객 성향에 맞게 취사 선택하는 역할만 한다고 한다. 대신 고객과의 사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자사 브랜드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데 주력한다고 한다. 우리 증권업계에서 삼성증권이 그나마 비슷한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업계 사람들은 전한다.
PB는 말 그대로 자산 관리에 특화된 전문가의 영역이다. PB는 개별 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은 물론이고 자산 배분, 세금, 부동산, 고객 관계 형성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전문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워비곤 호수'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다. 여기에 사는 여자들은 모두 아름답고, 남자들은 한결같이 잘생겼고, 아이들은 누구나 평균 이상이라고 한다. 현실 속에 이런 곳이 있을까. 물론 이곳은 미국의 풍자 작가인 게리슨 케일러가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이다.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워비곤 호수의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경향이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 누구보다 못할 것 없고, 내 아이는 왠지 남다르다는 생각에 영재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은 해 본다. 실제로 옆자리에 있는 동료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평균 이상'이라고 자신한다.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는 이를 '워비곤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라고 불렀다.
우리 증권사들이 PB 분야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과도한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는건 아닌지 궁금하다. 주식이나 펀드 영업 잘하는 직원은 PB 역할도 잘할 것이라고 오해하는건 아닐까. "우리도 마음먹고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고객들이 생각하기에 이들의 실력은 한참 떨어진다. 실력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기를 과신하지 않는다. 대책 없는 자신감은 실패를 부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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