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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중기청의 '펀드 몰아주기'

권일운 기자공개 2013-05-14 08:13:07

이 기사는 2013년 05월 14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5일 판교의 카카오 본사는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카카오와 중소기업청이 개최한 '카카오 청년창업펀드' 출자 약정식 때문이었다. 경제지와 IT전문 매체들뿐 아니라 종합지와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취재 경쟁에 가세했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이 다시 뭉친 카카오가 후배들을 위해 100억 원을 쾌척한다는 데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볼 사람은 없었다. 취임 후 첫 대외 이벤트로 카카오의 청년창업펀드 참여를 성사시킨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제 2, 제 3의 카카오 청년창업펀드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본시장이 주 무대인 기자에게는 카카오 펀드의 의미도 중요했지만 펀드 조성과 운용 계획도 관심사였다. 카카오와 모태펀드가 약정액 300억 원 가운데 280억 원을 부담한다니 펀드를 결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결국은 누가 운용하게 될지가 궁금했다.

문득 카카오의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의 존재가 뇌리를 스쳤다. 이미 카카오의 출자를 받아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는 케이큐브벤처스에게 맡기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석우 카카오 대표에게 케이큐브벤처스가 카카오 펀드를 맡게 되는지를 물었다.

이 대표는 "케이큐브벤처스에는 한계가 있어 모태펀드와 함께 새로운 기회를 찾고싶다"는 대답을 내놨다. 중소기업청이 제공한 보도자료에도 5월 중으로 운용사를 선정하겠다고 명시돼 있었다. 두 코멘트에는 공개모집 형태로 카카오 펀드 운용사를 선정하겠다는 뉘앙스가 묻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벤처투자가 공지한 모태펀드 5월 수시출자사업 접수 현황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 없는 케이큐브벤처스가 '수요자 제안' 부문에 제안서를 낸 것이다. 출자 요청액은 180억 원, 목표 약정액은 300억 원. 카카오 펀드 조성 계획과 딱 맞아떨어졌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짐작대로였다. 모태펀드 출자 승인이 나면 카카오가 케이큐브벤처스에 100억 원을 출자해 카카오 펀드가 조성되는 구조였다. 결국 출자 약정식 때 언급한 공개모집 절차는 생략됐다. 카카오라는 배경덕분에 펀드레이징에 별 어려움이 없던 케이큐브벤처스는 모태펀드의 지원을 받으며 또한번 주인 잘 만난 덕을 누렸다.

카카오 펀드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스타 벤처캐피탈리스트 임지훈 대표가 이끄는 케이큐브벤처스는 카카오 펀드를 운용할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벤처캐피탈이 카카오 펀드를 운용할 기회를 원천 봉쇄한 중소기업청과 카카오에 대해서는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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