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6월 13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용 와이퍼 제조업체 캐프가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투자자로 참여한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이하 IMM)가 캐프의 계약불이행 등을 이유로 경영권을 확보하자 창업자인 고병헌 대표이사와 일부 임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IMM은 지난 5월 14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기존 고병헌 대표이사 등 이사 3명과 감사 1명을 해임하고 신규로 김영호 대표 등 이사 4명과 감사 1명을 선임했다. 김영호 대표는 지난 2010년 캐프 투자를 주도했던 IMM PE의 부사장이다.
IMM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경영권을 확보한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IMM은 2012년 6월 말 캐프의 당기순이익이 270억 원에 미치지 못하자 투자계약서에 따라 우선주 1주당 보통주 9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지난 2월 법원에 주주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고 승소해 결국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고병헌 대표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집통보, 의장 자격 등 임시 주주총회의 절차가 회사 정관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금융감독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무효와 신규 임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IMM이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의도적으로 캐프의 경영을 방해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실적이 나빠진데다 고환율이 유지돼 파생상품 청산을 연장하는 게 유리했지만 IMM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경영이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으로 회귀와 대체 투자자 유치를 제안했으나 모두 거부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키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라면 경영진을 신뢰하고 함께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IMM은 경제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철저히 계약조건 이행만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사실 양측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모펀드인 IMM은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캐프와 같이 투자 당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 직접 경영을 통해서라도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등 출자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투자기업의 계약 불이행을 눈감고 넘길 수도 없다.
반면 회사를 만들어 17년간 키워온 창업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12년 단 한해의 실적 부진만으로 경영권을 뺏긴다면 누구라도 반발할 것이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IMM과 고병헌 대표 모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경영권 분쟁이 하루 빨리 끝나고 사업이 정상화되길 기대해본다. 캐프에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5000여 명의 생존권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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