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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WM의 9회말 위기 탈출

김용관 기자공개 2013-08-16 17:40:24

이 기사는 2013년 08월 08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WM 리그 최강타자인 삼성증권이 무사 만루의 상황에서 3연타석 아웃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브라질 채권, 국고채 30년물, 앵커유전펀드를 통해 모두 홈런성 타구를 날렸지만 아쉽게도 워닝 트랙에서 잡혔다. WM 리그에선 삼성증권의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며 술자리의 안줏거리로 삼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여 동안 국고채 30년물을 3000억원 가량 팔아 큰 수익을 남겼다. 브라질 국채도 전사적인 역량을 동원해 업계 최대 규모인 1조원 가량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절세 효과와 10%대 수익률을 제시하며 투자자를 유혹한 앵커유전펀드도 2000억원 가까운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1년이 다 돼가는 지금,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QE) 조기 종료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글로벌 금리가 급등한게 결정적인 악재가 됐다. 금리 상승으로 국고채 값은 속절없이 떨어졌고,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브라질 국채의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앵커유전펀드 역시 멕시코만 허리케인 발생으로 인한 생산 지연으로 배당 지급에 차질이 생겼다.

구체적인 수치는 회사와 투자자만 알겠지만 많게는 40% 이상의 손실을 본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PB들이 이들 상품을 대대적으로 권유할 때와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삼성증권이 3타석 연속 플라이 아웃을 당한 과정이다.

삼성증권이 홈런성 타구를 날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퍼 리치'의 속성이 있다. 이들은 자본이득(capital gain)보다는 절세와 증여에 가장 큰 가치를 둔다. 특히 올들어 금융소득종합과세기준이 강화되면서 이같은 욕구는 더욱 커졌다. 세법이 강화될 조짐을 보이자 삼성증권 덕아웃은 발빠르게 작전을 냈고, 타자(PB)는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정책금리가 하락 기조였고 저성장 경제가 확고해지면서 3~4%의 금리만 해도 상당한 매력이다. 더군다나 브라질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환변동에도 불구하고 10% 가까운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여기에 절세 효과까지 부각되면서 이들 상품에 대한 쏠림은 가속화됐다.

하지만 마케팅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배트 한가운데 아니라 빗맞은 것이다. 특히 브라질 국채가 골칫거리. 만기까지 가져가되 중간에 금리 하락이나 헤알와 강세로 이익을 보면 조기 환매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장기 투자에 적합한데 단기 투자도 괜찮다는, 이 뒤섞인 논리는 시장이 급변동하자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제 삼성증권이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현재는 9회초 공격이 끝난 상황. '찬스 뒤에 위기'라고 9회말의 위기를 잘 막아내야할 때다. 시즌 중반이지만 이번 경기를 패하면 리그 1위 자리가 흔들릴 정도로 힘든 시기다. 무조건 9회말의 위기를 막고 연장전으로 들어가야한다.

국고채 30년물이야 자식들에게 증여하고 만기까지 간다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부자들에겐 증여와 절세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유격수 땅볼 아웃.

앵커유전펀드 역시 허리케인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배당금 지급에 문제가 생겼지만 조만간 생산량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생산량만 받쳐준다면 목표치를 충족시킬 수 있다. 다만 시세보다 비싸게 유전광구를 매입했다는 지적이 있어 장기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야한다. 이 정도면 좌익수 플라이 아웃.

남은 것은 아웃 카운트 하나. 가장 위협적인 브라질 국채를 잘 막아내야 한다. 장기적으로 브라질의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만기 때 이자를 챙기면 되지만 문제는 환율이다. 브라질 국채는 기본적으로 환상품이다. 기대대로 환율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만기시 손실이 불가피하다. 삼성증권도 고객들에게 이같은 문제점을 세세하게 알리고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100% 환을 오픈한 상태기 때문에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오르지 않는한 대응책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스코어 0:0. 끝내기 홈런 한방이면 게임은 끝이다. 삼성증권은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 특급 소방수를 등판시켰다. '고객수익률' 항목을 직원평가지수(KPI)에 포함시킨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 직원 평가 항목에 '고객관리지표'를 신설하고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고객관리지표에는 고객이탈률과 관리고객 만족도, 고객수익률, 고객관리 등 4개 항목이 있다. 고객을 잘 관리하고 고객 자산에서수익이 나면 직원 점수도 높아지도록 한 것이다.

삼성증권이 9회말 위기를 막아내고, 새로운 공격에 나설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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