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1월 19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내 상장 심사 통과를 희망하던 롯데정보통신이 예심 청구 시점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와 SI(시스템 통합) 업체가 배당 등을 통해 오너 배 불리기에 일조한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19일 "상장 예비심사 사전 협의 중이던 롯데정보통신이 상장에 앞서 내부적으로 정비를 위한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청구 시점을 내년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에 들어갔다.

기존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등 오너가 3명이 등기이사로 올리고 있던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영자 사장이 등기이사에서 빠졌다. 오너가 중에서는 신동빈 부회장만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6월 말까지 5명의 등기이사에게 지급된 금액은 10억 원이 넘었다. 1인 당 평균금액은 많지 않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경영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면서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 오너의 배를 불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그룹 물량이 전체 매출액의 80%에 달하는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롯데정보통신은 이사 겸직이 상장 심사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롯데정보통신과 롯데쇼핑 등에 이사로 등록된 신영자 사장의 임원 겸직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롯데정보통신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5124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최대 고객은 800억 원의 물량을 몰아 준 롯데쇼핑이었다.

거래소 상장 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장 신청인의 임원이 대규모 거래가 존재하는 관계회사의 임원을 겸직하는 경우 이를 해소하도록 하고 있다. 신영자 사장의 등기이사 사퇴는 이같은 규정을 따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너의 배당금 이슈도 있다. 신동빈 그룹회장(지분율 7.5%)과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4%), 신영자 사장(3.5%) 순으로, 오너 일가는 모두 15%에 달하는 롯데정보통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현금 배당에만 85억 원을 썼다. 이 중 13억 원 정도가 오너 일가에게 돌아갔다.

배당금은 주주의 입장에서 정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지만, 과도할 경우 기업의 내부 유보(투자 여력) 부족으로 기업의 성장 기회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어 상장심사시 참고사항이 된다. 회사 실적이 적자인 상태에서 주주의 배를 불려준 롯데정보통신의 배당 조치는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거래소는 주주에 대한 과도한 배당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한 전례가 있거나 현행 지배구조상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이 높은 경우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예심청구 이전에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결국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등기이사 사퇴 등 일련의 행보는 거래소 심사 통과를 위한 내부통제시스템 정비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롯데정보통신이 상장을 추진할 당시에는 적자 상태라 실적과 가격 등이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룹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오너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내부통제시스템 등의 정비가 더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