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2월 30일 09: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 많은 기관투자가(LP)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농업정책자금관리단(이하 농자단)은 2013년이 어느 해보다 의미가 있는 해가 됐을 것이다.농자단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농림수산정책자금이 적법하게 지원·운용되고, 투자될 수있도록 관리하는 조직이다. 이를 통해 농림수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농림수산정책금융기관이다.
농자단은 지난 2010년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다. 농림수산식품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농림수산식품업체들의 건전한 성장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농식품모태펀드를 만들었다.
출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청이 설립한 한국벤처투자가 모태펀드를 운용하며 정책자금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론은 왜 농자단이 기존에 설립돼 있는 모태펀드를 활용하지 않고 굳이 독자적으로 농식품모태펀드를 만드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농자단은 뚝심을 발휘해 550억원을 출자해 1차 자조합 결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련은 계속됐다. GP를 선정해 출자사업을 완료했지만 운용을 맡은 GP들이 농자단의 자금을 매칭할 LP를 찾지 못해 조합을 자진 반납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농식품모태펀드가 만들어진지 4년이 지난 12월26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 '2013 농림수산식품투자 서밋(Summit)' 행사장은 축제의 장이었다. 4년전 비판적 시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농자단의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농식품모태펀드는 2010년 출범 이후 4년 동안 총 4200억 원의 투자조합을 결성하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자조합들은 89개 농식품 관련 회사에 총 1350억 원을 투자했다.식품 및 관련산업에 549억원, 농축산업 및 관련산업에 482억원을 투자해 전체 투자금액의 41.8%와 36.7%를 차지했다. 말그대로 농식품모태펀드의 설립 목적에 철저하게 부합한 투자를 한 셈이다.
이들 자조합들은 매출액 10억원 미만인 업체에 26건, 31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30억원 미만에 12건 164억원, 100억원 미만 14건 201억원, 100억원 이상에 35건 638억원을 투자하는 등 고른 투자포트폴리오를 자랑하고 있다.
투자형태도 안정적인 모습이다. 프로젝트투자에 402억원이 투자됐고, 상환우선주에 359억원이 투자돼 전체 투자금액 대비 30.6%와 27.3%를 차지했다. 보통주에는 114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에도 각각 240억원과 199억원이 투자됐다.
농식품투자조합이 투자한 기업의 2012년 매출액 증가율은 평균 17.8%로 상장업종대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86.5%로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투자기업들의 2012년 영업이익률은 8.1%,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2%로 상장업종 중 상위권에 들어갔다.
자조합들의 투자금 회수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 효소와 의약용 소재생산기업인 아미코젠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아주IB투자와 현대기술투자 등은 2012년 6월 이 회사 BW 20억원을 인수했고, 지난 11월26일 마지막 지분을 매각하며 총 69억7000만원을 회수했다. 총수익률은 249%, 내부수익률(IRR)은 144%나 됐다.
최근 농자단은 한국농어촌공사와 농식품산업의 6차산업화를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농식품산업과 IT, 바이오산업 등이 결합되는 6차산업을 성장시켜 미래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시킬 전략이다. 농식품업체의 밸류업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농식품업체의 수출 확대를 위해 수출 유망사업과 상품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역시 농식품모태펀드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농자단의 파격적인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표펀드매니저 겸직 규제 조항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동안 농식품투자조합 대표펀드매니저는 투자액이 조합 출자약정액의 60% 이상이 되기 전까지는 농식품모태펀드 자조합을 제외한 다른 조합의 대표펀드매니저가 될 수 없었다. 해당 기준을 참여 조합 개수나 대표펀드매니저 포함 조합 참여인력의 운용 규모 총합으로 변경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농업정책자금관리단은 2014년에 설립 10년차를 맞이한다. 농식품모태펀드에서 보여준 과감한 혁신과 창의적인 모습은 여러 정책기금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농자단의 자신감과 성실함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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