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2월 12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312호 법정.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진행되는 법정은 3시반에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고조됐다. 한화그룹 임직원, 변호인, 기자, 기타 참관인을 비롯한 인파로 꽉찬 법정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환자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김 회장도 누운 채 법정에 들어섰다. 창백하고 수척한 얼굴의 김 회장은 눈을 감고 미동도 없었다. 30년 이상 그룹을 이끌며 '신용과 의리'를 되뇌이던 혈기왕성한 과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윽고 부장 판사의 선고가 시작됐다. 선고문에는 집행유예를 예감할 만한 복선이 여럿 깔려 있었다. 4년 가까이 김 회장 재판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선고 전부터 들썩거렸다.
마침내 김 회장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한화그룹 임직원들은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선고가 끝난 뒤 한화그룹 임직원은 법정 밖에서 서로를 격려했다. 4년 간의 마음고생이 눈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김 회장은 선고 내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의 집행유예 선고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조차도 확인이 어려웠다. 들었다면 과거의 위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을 듯하다.
김 회장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1981년 선친 고 김종희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만 29세의 나이로 한화그룹 총수 자리에 오를 때부터 위기는 따라 붙었다.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부담감이 컸다. IMF 위기 때 유동성 위기로 그룹이 사활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위기 때마다 김 회장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1980년대 초반 경영진의 만류에도 한화케미칼(한양석유) 인수를 강행하며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키웠다. IMF 때는 협조융자를 받기 위해 자택과 보유 주식을 담보로 내놓으면서까지 위기를 넘겼다. 김 회장이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면서 그룹도 성장했다.
김 회장은 다시 한번 위기를 넘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공백기간이 컸던 만큼 위기의 파장도 컸다. 이라크 재건사업, 이라크 석유화학 플랜트사업, 말레이시아 태양광 사업 등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ING생명 인수전을 비롯한 신규 인수합병(M&A)도 차질을 빚으면서 신사업 발굴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나같이 "김 회장의 공백으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며 하소연을 했다.
김 회장의 부재로 그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직원과 투자자도 4년간 속앓이를 했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임직원과 투자자에 대해 김 회장이 이제 화답할 때다. 그룹 커뮤니케이션팀이 돌린 선고 관련 입장이 김 회장이 하고 싶은 말은 아닐까.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합니다.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과 개선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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