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5월 20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창규 KT 회장이 20일 가진 첫 번째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융합' 카드를 꺼냈다. 대한민국 융합형 기가(GiGA)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기가토피아(GiGAtopia)'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기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5대 미래 융합서비스를 육성해 국내 IT 산업에 혁명을 가져오겠다는 포부였다.황 회장이 취임 5개월 만에 풀어놓은 융합 얘기 속에는 '미래'만 가득했다. "앞으로 3년간 4조 5000억 원을 투입해 유·무선이 통합된 기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 기가 인터넷은 현재보다 10배 빠른 기술이다. 5대 미래 융합서비스를 육성해 통신·산업 사이에 시너지를 창출하겠다. 스마트 에너지·통합 보안·차세대 미디어·헬스케어·지능형 교통 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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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T의 현재를 보고 있는 이들은 융합의 미래보다 제대로 된 특효약을 원했다. KT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탈출구로 삼은 해외 진출도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당장 올해 2·3분기 실적을 걱정해야 할 때다.
황 회장의 장밋빛 청사진을 지켜보면서 이석채 전 회장을 떠올린 이도 적지 않을 듯하다. 혁신 전도사가 되길 원했던 이 전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올 뉴(All New) KT'를 외쳤다. 조직 슬림화를 추진한 것도 잠시, 숨 가쁘게 계열사를 불려 나갔다. 자동차 렌탈·신용카드·금융·부동산 등 건드리지 않은 사업이 없다. 모두 신성장동력과 시너지라는 비전 아래서다. 이제는 짐이 돼버린 계열사가 허다하다.
또다시 지나간 일을 들추자는 건 아니다. 다만 황 회장에게 기대하고 있던 건 '실용'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시장이 삼성그룹 출신인 황 회장의 영입을 높게 샀던 이유도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처방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부문장은 융합형 기가의 의미를 설명하며 국제 대회인 포뮬러 원(F1) 그랑프리를 사례로 들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F1 경기에 모든 기술과 역량을 쏟아 붓습니다. 하지만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자동차를 일반도로에서 사용할 수는 없죠. 그러나 나중에는 여기에 사용했던 기술들이 일반 자동차에 적용됩니다. 시간이 흐르면 모두가 그 기술을 누리게 되는 것이죠."
옳은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시점이다. KT의 실적이 바닥을 기는 중에 외치는 장밋빛 미래가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300조 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수치도 중요한 게 아니다.
무선 사업 경쟁력 약화와 유선 사업 가입자 이탈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의 해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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