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중국 시장 안착 비결 '틈새 공략' [유통家 해외사업 명암]어린이 의약품 앞세워 브랜드·인지도 확보
김선규 기자공개 2014-07-14 09:05:00
이 기사는 2014년 07월 09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틈새시장(Niche Market) 전략이란 대다수 기업들이 뛰어들지 않은 특정시장을 집중 공략해 독자적인 지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제한된 자원을 집중해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해외진출 시 활용하는 전략 중 하나다.이처럼 말 그대로 '틈새'를 노려 해외시장 안착에 성공한 제약업체가 한미약품이다.
약가인하와 정부규제 그리고 경쟁심화로 어려움을 느낀 제약업체들이 돌파구로 마련한 것은 다름아닌 해외진출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 상위제약사뿐만 아니라 중소제약사들도 해외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한미약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른 제약업체와 다른 진출전략을 구사했다. 바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시장 확대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1996년 중국 지준팜과 함께 북경한미를 합작으로 설립한 한미약품(지분율 73.6%)은 마마아이, 이탄징 등의 어린이 의약품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어린이 의약품은 중국 내에서도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틈새시장이다. 중국정부가 1980년대부터 산아제한정책을 강화해온 이유 때문에 일찍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도 영육아와 관련된 의약품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아플 때 병원을 찾기 보다 자체적으로 약을 타먹는 경향이 짙어 OTC(일반의약품) 소비경향이 높다"며 "이러한 중국 특유의 의약품 환경 때문에 대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은 브랜드력으로 OTC 의약품인 감기약, 해열제 등을 판매해왔다"고 전했다.
한미약품은 경쟁이 치열한 OTC제품 대신 어린이 의약품으로 중국 제약 시장에 노크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약은 약 8000여 개로 이중 어린이 의약품은 300여 개에 불과하며 어린이 의약품을 제조하는 회사도 10여 곳으로 알려졌다. 반면 0~14세의 아동인수 수가 전체 인구의 16%에 달한다는 점에서 한미약품은 어린이 의약품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또한 어린이 의약품은 중국 정부의 개입이 상당적으로 적은 시장이었다. 2013년 발생한 GSK와 UCB제약의 리베이트 적발 사건 이후로 중국정부는 해외제약사를 조금씩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조가 까다롭거나 중국 내 제약사들에게 조달하기 어려운 의약품을 보유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중국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한미약품이 어린이 의약품시장 안착에 성공한다면 중국정부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더불어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미약품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우선 마케팅과 제품 홍보에 집중했다. 어린이 의약품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로 시장과 제품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한미약품은 국내시장에서 다져온 홍보와 마케팅 역량을 기반으로 브랜드 가치 형성을 공고히 했다.
덕분에 한미약품은 어린이 의약품 시장에서 탄탄한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제품인 마마아이의 경우 중국정부로부터 중국유명상표를 획득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 더욱이 2010년부터 완화되기 시작한 산아제한정책은 지난해 1인 1자녀 원칙이 사실상 폐지되면서 어린이 의약품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선 진입효과와 더불어 산아제한정책 완화로 북경한미의 실적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30%에 이른다. 2013년에는 매출액 1709억, 영업이익은 270억 원을 기록하며 중국진출 이후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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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북경한미의 실적 호조 배경에는 어린이 의약품이 있다. 지난해 북경한미 제품 20개 중 마미아이이 442억 원, 이탄징이 276억 원으로 주요 어린이 의약품 매출 비중이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 중산층이 증가하고 산아제한정책이 완화되면서 어린이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미 중국시장에서 높은 인지도와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경한미입장에선 분명한 호재"라고 말했다.
어린이 의약품에서 자리를 잡은 한미약품은 성인 의약품 시장에서도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12년부터 다수의 성인용 의약품 중국 SFDA 인허가를 취득하면서 성인 의약품 시장 공략을 추진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어린이 의약품 시장에서 얻은 인지도를 활용해 성인 의약품 시장 접근도 상대적으로 용이해졌다"며 "어린이 의약품에서 성공한 경험, 탄탄한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성인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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