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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전자, 글로벌 넘버원 '블랙록' 잡은 비결은 기업 내용+우투證 주관사 마케팅 능력 '시너지'

한형주 기자공개 2014-08-04 06:50:00

이 기사는 2014년 07월 31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쿠전자의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무엇일까. 상반기 최대어인 BGF리테일을 능가하는 수요예측 경쟁률과 공모금액? 역대 8위에 해당하는 청약자금 규모? 업계 시선이 꽂힌 곳은 따로 있다. 바로 투자자 풀(pool)이다.

지난 23~24일 수요예측을 통해 쿠쿠전자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주요 기관 프로필은 화려했다. 전체 711개 기관 중 466곳이 외국인 투자자였다. 해외에서도 큰 손으로 불리는 기관투자가의 참여 건수만 약 83건에 달한다. 이 중엔 그간 국내 기업 IPO 딜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특급 투자자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블랙록·싱가포르 국부펀드 등 '큰 손' 투자금 대거 확보

대형 자산운용사 중에선 전세계에서 운용 규모가 가장 크다고 꼽히는 블랙록(BLACK ROCK)이 눈에 띈다. 글로벌 30여 개 국가에서 영업 중인 전형적인 장기투자펀드(Long Fund)다. 최근 중국을 포함 아시아 시장 내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는 추세다.

블랙록과 함께 세계 최대 펀드 중 하나이자 뮤추얼펀드 최강자로 손꼽는 피델리티에서도 산하 기관 3곳 중 2곳이 쿠쿠전자에 투자했다. 그 외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모간스탠리자산운용, 웰링턴(WELLINGTON), 푸트남(PUTNAM) 등도 투자자 풀에 속해 있다. 이들 모두 세계 20위권에 든다.

국부펀드가 다수 참가한 점도 특징이다. 세계 10개 국에서 300조 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 역시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의 자회사로 성장 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풀러톤(FULLERTON)도 들어왔다. 함께 참여한 파빌리온(Pavilion)도 싱가포르 소재의 운용사다.

또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미국 대표 펀드 콜럼비아는 한국 시장에 큰 투자 비중을 두지 않고 있음에도 이번에 자금을 투입해 이목을 끌었다. 종합하자면 아시아에서 '운용 좀 한다'하는 기관들은 거의 다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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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펀드 참여 비중 75%..다수 기관 '락업' 신청

일반적으로 국내 IPO 시장 내 빅딜로 통하는 거래들은 대개 두 가지 방식으로 해외 투자자들을 모집해 왔다. 우선 외국계 IB까지 동원해 국외 로드쇼를 나가는 방식이 있다. 지난해 최대어인 현대로템, 2009년 랜드마크 딜인 SK C&C IPO 등이 해당된다.

또 하나는 해외 트랜치 없이 국내 IB가 원북(One Book)으로 상장을 주관하는 경우다. 201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000년 GS홈쇼핑 IPO 등이 대표 예다.

여기서 수요예측 및 청약 결과가 얼마나 핫했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단연 투자자의 질이다. 티어(Tier) 1 그룹에 속한 전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 또는 국부펀드들이 많을 수록 성공적인 딜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주로 장기적인 투자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 그간 국내 IPO 공모 청약에선 장기 투자자 참여율이 높아야 50~60% 정도에 그쳤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쿠쿠전자 수요예측에선 롱펀드(국내 포함) 비중이 75%를 웃돌았다. 장기 투자자 중에서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펀드들이 대거 들어왔다. 쿠쿠전자의 경우 따로 해외 로드쇼를 진행하지도 않았다.

국내 IR(기업설명회) 과정에서 외국계 기관들과 컨퍼런스콜 내지 서면 질의응답(Q&A)을 실시한 게 전부다. 일부 외국인은 직접 서울까지 출장 와서 IR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현대로템이나 KAI의 사례보다 양질의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쿠쿠전자에 청약한 해외 기관들이 의무보유 확약에도 기꺼이 응했다는 것. 웰링턴과 푸트남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30일 락업(Lock Up) 조건을 받아 들였다. 전체 기관 신청 물량 중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65.18%에 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이 적정 공모가로 밴드 상단(10만 4000원)의 가격을 써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우투證 등 주관사 신디케이션 능력 탁월

한국 IPO 시장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 펼쳐진 것은 맞지만 쿠쿠전자의 업력이나 성장성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은 많지 않다. 범 LG가(家) 기업인 쿠쿠전자는 주력 제품인 쿠쿠밥솥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 중이다.

'쿠쿠' 브랜드 출범 이후 현재까지 15년 연속 부동의 1위다. 보유한 국내 기술 특허만 120여 개. 중국, 일본 등에서도 200여 건의 지적재산권과 90여 건의 해외 기술 인증을 취득한 상태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쿠쿠전자의 해외 수출 실적은 지난 2011년 이후 연 평균 82.7%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과거 삼성생명과 같은 초우량 기업 IPO에서도 구경하기 힘들던 기관들이 일제히 러브콜을 보낸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질 높은 투자자 모집에 필수인 주관사의 신디케이션 역량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보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외국계 IB의 힘을 빌리지 않고 굴지의 투자자들을 2000억 원대 딜에 집합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 증권사는 해외에서 티어 1급 투자자를 커버할 능력이 안된다"는 기존 편견을 뒤집은 셈.

특히 대표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은 2010년 현대홈쇼핑 IPO를 통해 국내 최초로 원북(One Book) 시스템을 도입한 장본인이다. 그만큼 해외 투자자 네트워크에 자신 있었다는 얘기다. 이번 거래엔 한국투자증권도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거래 관계자는 "해외 기관 세일즈를 담당하는 뱅커 입장에서도 그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음에도 막상 딜 참여는 저조해 홀대받은 측면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딜 한 건으로 어느 정도 만회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상위 기관들이 국내 주관사 마케팅만으로 한꺼번에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라며 "우호적인 시장 환경과 적절한 가격 조건 등만 뒷받침되면 국내사들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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