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대보그룹 회장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thebell note]
고설봉 기자공개 2014-09-25 08:17:42
이 기사는 2014년 09월 24일 10: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맨손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 변기를 닦는 회장님이 있다.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이다. 충청도 산골에서 상경해 신문배달을 하던 소년은 연매출 1조 원이 넘는 그룹의 회장이 됐다. 이른바 '개천에서 난 용', '맨손 신화'의 주인공이 됐지만 그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그런 그가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하니 예삿일이 아닌 듯 싶다. 검찰은 최 회장의 횡령·배임 등의 비리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추가로 검찰은 대보그룹과 한국도로공사간의 유착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추적에 들어갔다. 그룹 전반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건설업계는 최 회장 및 대보그룹에 대한 수사가 이 시점에 불거져 나온 배경에 더 관심이 많다. 일부는 그 동안 장막에 가려져 있던 대보그룹(건설)과 최 회장에 대한 장막이 어디까지 벗겨질까 하는 호기심 내지는 기대감으로 검찰 수사를 바라보고 있다.
대보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수사'보다는 '대보그룹과 최등규 회장'에 더 쏠렸다. 대보그룹이 어떻게 전 계열사에 걸쳐 긴 시간 동안 도로공사와 관련된 도로건설, 정보화, 휴게소 사업 등의 일감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물론 그 답은 최 회장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다.
대보그룹은 언론은 물론 외부 노출을 지극히 제한적으로 해왔다. 대보그룹 및 최 회장의 활동은 철저히 감춰져 있었다. 자기들이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만 외부로 전달한다는 인상을 풍길 정도로 최 회장에 관련한 그럴 듯한 소문만 세간에 퍼졌다.
대표적인 예가 '개천용 최등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최 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미담뿐이다. 역경을 이겨내고 그룹을 일군 '개천용 최등규', '모교에 영재관을 설립한 의리 있는 사람 최등규', '서원밸리CC 골프장을 개방하고 자선콘서트를 열어 인근 지역민에게 봉사하는 대보그룹 회장 최등규' 등 온통 찬양사로 도배돼 있다.
그런 최 회장이 이번 검찰 수사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검찰은 대보정보통신이 한국도로공사 발주 물량을 독식하다시피 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대보정보통신 외에 대보건설, 대보실업, 대보유통, 보령유통 등 그룹 내 전 계열사에 걸쳐 도로공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대보그룹의 특성상 수사의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진실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사 이후다. 최 회장이 앞으로 대보그룹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지가 관건이다. 기업가는 시장과 끊임없이 호흡하고, 교류해야 한다. 그래야 고인물이 되지 않는다. 잘한 일은 칭찬받고, 잘못한 일은 비난 받아야 한다. 외부의 견제를 받는 과정에서 경영진의 도덕성도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래야 개천용 최등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진정한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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