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1월 14일 11: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8년 한국을 다시 찾아 자서전을 내겠다."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단호했다. 지난 8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자서전에서 한국GM(옛 대우자동차)이 내수 하청 기지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호샤 사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GM의 위상을 설명하면서 본인도 14년 후 자서전을 내겠다며 김 전 회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과연 호샤 사장은 주목 받는 자서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위태로운 한국GM의 위상을 고려한다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GM 노사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직면했다. 사 측은 이달 초 사실상 구조조정에 가까운 경영 계획안을 노조 측에 통보했다. 부평 1·2공장을 통합하고 군산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경영 계획안의 골자다. 여기에 준대형 모델인 '임팔라'를 국내 생산이 아닌 직수입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팔라는 국내 생산 중인 알페온과 동급 모델이다. 알페온은 단종될 가능성이 높다.
두 공장이 하나로 통합되고 2교대가 1교대로 전환되면 잉여 인력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다음 수순은 빤하다.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다. 군산 공장의 경우, 이미 생산 물량 축소로 올해 초 1026명이던 사내하청 직업 수를 660명 까지 줄인 상태다. 1교대 전환 시 더 많은 직원들이 옷을 벗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 효율을 개선하고 미래를 위한 체력을 비축하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글로벌GM이 한국GM에 요구하는 것이 결국 호샤 사장이 강하게 반박하던 내수 하청 기지로의 전환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이미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글로벌 전략을 가진 GM이라면 철수 계획은 물론 물량 확보 대안도 마련해 뒀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GM을 기다리는 것은 신규 모델 배정 계획이 아닌 구조조정 압박 뿐인 것이 현실이다.
한국GM은 차세대 캡티바와 크루즈 배정을 약속 받은 상태다. 물론 2~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이마저도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글로벌 본사의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글로벌 본사 정책으로 대규모 수출 물량 감소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물량 공백을 메울 만한 뚜렷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글로벌 본사는 국내 생산 중인 제품과 동일 사양 모델을 직수입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 품목이 하나 더 준 셈이다. 이 와중에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며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내수 하청 기지의 딱한 사정이 아니다. 한국GM이 당면한 일이다.
2028년, 호샤 사장이 쓴 자서전을 꼭 읽고 싶다. 그 때까지 한국GM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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