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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포 뗀 현대상선, 이자 갚기도 어렵다 [구조조정 1년]주요 자산매각 성장 기반 약화…업황 개선도 난망

민경문 기자공개 2014-12-18 10:25:0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16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구조조정 실적만 보면 현대그룹이 한진, 동부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당초 자구안 대비 이행률은 무려 85%가 넘고 있다. 하지만 대가는 만만치않다.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의 사업 기반이 약화되다보니 채무상환 능력도 함께 떨어졌다. 당장 내년 만기도래하는 차입금만 3조 원에 달하지만 이를 갚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하락세인 유가에도 불구하고 해운 업황이 대폭 개선되지 않는 이상 현대상선에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출범하는 글로벌 선사들의 연합전선은 현대상선을 포함한 국내 선사들에 악재로 작용할 게 분명해 보인다. 모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건재하긴 하지만 그룹을 살리기에는 여전히 힘에 부친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이행으로 급한 불 껐지만...차입금 부담은 여전

현대그룹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구 계획 규모는 3조 3000억 원 정도다. 지금까지 현대로지스틱스·LNG사업부 매각, KB금융지주 등 비주력 자산 매각,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 투자 유치 등으로 총 2조 8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비슷한 시기 자구안을 발표한 한진 및 동부그룹에 비해 구조조정 규모와 순도 면에서 크게 앞선다는 분석이다.

자기자본 3조 원 규모의 현대증권 매각이 주요 과제로 남아있지만 당장은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워 보인다. 경영권 매각에 대한 그룹의 진정성이 여전히 의심받고 있는데다 증권업 자체의 밸류에이션이 떨어져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급격한 수익성 저하로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AA-로 떨어지기도 했다. 정부기금의 불법 운용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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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업평가 참조

일단 지금까지 진행된 구조조정 실적만 보더라도 재무지표상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현대상선은 올해 3분기 자산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으로 204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278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대적인 변화다. 지난해 9월 말 1200%(개별 기준)가 넘던 부채비율도 764%까지 줄였다.

시장 안팎으로 현대그룹이 '급한 불은 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크레딧업계의 시각은 여전히 차갑다. 현대상선이 실질적으로 갚아야 할 차입금은 여전히 5조 원을 넘고 있다. 9월 말 기준 유동성사채와 단기차입금 등은 2조 74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그룹 전체가 버는 돈으로는 이를 갚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신용평가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성장 기반 붕괴로 영업적자 악화될 듯...내년 글로벌 해운동맹 결성으로 생존 위협

영업 적자가 가장 큰 문제다. 현대상선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1년부터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해 왔던 LNG사업부문과 현대로지스틱스 등을 매각하면서 그만큼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LNG사업은 가스공사와 2028년까지 장기 운송 계약이 체결된 상태였으며 육상 운송 및 창고업을 담당하는 현대로지스틱스 역시 매년 200억 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창출해 왔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이 건재해 한진해운을 지탱하고 있고, 동부그룹은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금융계열사가 무너진 비금융계열을 커버하고 있지만 현대그룹은 오직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가 하락도 재무 부담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류비 감소에 따라 마진율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금융비용을 하회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시각이다. 업황 개선으로 물동량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차입금 규모를 줄일 만큼의 영업이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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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년 1월 글로벌 해운사 1위와 2위인 머스크와 MSC가 결성한 해운동맹(2M)이 출범할 경우 현대상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세계 3위 해운회사인 프랑스 CMA CGM의 경우 중국 및 중동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현대상선도 별도의 해운동맹인 G6에 포함돼 있지만 규모 면에서 이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별도의 정책적 지원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현대그룹이 대북 사업을 재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지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이 가장 호황을 누렸을 때가 2005~2006년이었는데 이 때 당시에도 영업이익 규모는 50억 원 내외에 그쳤다"며 "지금으로선 대북 사업으로 모멘텀을 마련할 상황이 못 된다"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는 "그나마 주거래은행도 아닌 산업은행이 현대그룹을 살리기 위해 꾸준히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다행스런 부분"이라며 "올해 4월 현대상선 보유의 현대증권 지분 일부(14.9%)를 신탁하고 2000억 원 규모의 자산담보대출을 단행한 것도 이 같은 산업은행의 지원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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