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 역외서 금융업 진출..포기 7년만 CJ IMC, 시그나그룹과 제휴 보험상품판매법인 설립..공정거래법 규제 사각지대
문병선 기자공개 2015-01-20 08:23: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19일 15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오쇼핑이 세계적 보험회사인 시그나(Cigna)그룹과 손을 잡고 홍콩에 보험상품 판매 법인을 설립한다. 보험상품 판매 법인은 국내법상 금융회사다. CJ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 금지 규제 때문에 2008년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을 현대중공업에 매각, 금융업에서 손을 뗀 바 있다. 그룹이 금융업에서 손을 뗀 지 약 7년만에 해외에서 처음으로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셈이다.CJ오쇼핑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6일(현지시간) 홍콩 코즈웨이 베이에 위치한 시그나인터내셔날마켓(Cigna International Markets) 본사에서 진출국가 선정 및 사업 계획 협의를 골자로 하는 해외 보험판매 사업 관련 업무 제휴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고객들에게 특화된 보험 상품을 판매할 합자법인을 시그나와 함께 역외에서 설립한다고 밝혔다.
|
국내에서는 보험회사의 의뢰를 받은 상품을 홈쇼핑 채널에서 방송만 해주고, 보험회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취할 뿐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보험상품 판매 자회사를 직접 설립해 해외 보험회사와 보험 대리점 계약을 맺은 뒤 해외 홈쇼핑 채널에서 보험 상품을 직접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CJ오쇼핑이 해외에 금융회사를 설립하고 자사의 해외 홈쇼핑 채널망에서 보험상품을 직접 팔겠다는 구조로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CJ오쇼핑은 글로벌 시장의 경험이 부족한 국내 보험사 해외 진출에도 물꼬를 터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TV홈쇼핑 사업 이외에도 보험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겠다는 포부까지 밝힌다. 김윤구 CJ오쇼핑 글로벌사업본부 부사장은 "CJ오쇼핑이 진출해 있는 국가들 중 우선적으로 중국 진출을 타진한 뒤 향후 인도, 태국, 터키 등으로 사업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CJ오쇼핑은 기존 TV홈쇼핑 이외에도 보험사업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글로벌 사업을 다각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해외 보험상품 판매법인을 설립할 주체는 CJ IMC(CJ International Merchandising Company)라는 회사다. CJ IMC는 CMI홀딩스의 자회사다. CMI홀딩스는 CJ오쇼핑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홍콩 소재 해외 자회사다. CJ오쇼핑은 또 그룹 지주회사 CJ의 자회사(40.06%)다. 따라서 지주회사(CJ)가 역외에 고손(高孫) 금융 계열사를 설립하는 구조가 된다.
CJ그룹은 2008년 5월 금융계열회사였던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 금융업에서 손을 뗐다. 2007년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일반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위반사항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옛 CJ창업투자)라는 금융계열사가 있지만 이 회사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최대주주이고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재현 회장과 이선호씨 등 오너 일가가 대주주이므로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비록 해외에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지만 CJ그룹이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건 그룹이 금융업을 포기한 지 약 7년만의 일이다.
다만 해외 금융회사 설립은 위법이 아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정은 '국내' 자회사 및 손자회사만을 규제의 대상으로 한다. 해외 계열사를 통한 금융회사 보유는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로 분류돼 규제하지 않는다.
두산그룹도 두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보유하지 못한다는 공정거래법상 법 위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두산 계열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해외 계열사로 금융회사 지분을 이전 시킨 적이 있다. 현재 두산캐피탈의 대주주는 두산헤비인더스트리아메리카와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다.
그러나 지주회사가 해외에서 금융계열사를 소유하는 일이 지주회사 규정 도입 취지에서 비춰볼때 편법적인 행위이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비난도 상당하다. 경제개혁연대는 과거 두산그룹 금융계열사 지분 해외 이전 사례를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의 면탈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의 루프홀(허점)을 이용한 편법적 거래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탈법행위 규제의 사각지대를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다.
지주회사 전문가들도 "지주회사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거래를 대그룹이 하고 있다"며 "규제를 완화하든지 규제를 확대 하는게 법과 현실의 괴리감을 줄일 것"이라고 자주 지적해 왔다.
CJ오쇼핑은 "홈쇼핑 사업 다각화 차원이지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거래소, 3시간 심사 끝에 제노스코 상장 '미승인' 확정
- 대방건설, '부채비율 80%'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
- [상호관세 후폭풍]'90일 유예'에 기업들 일단 안도, 정부 협상 성과에 쏠린 눈
- 에이치알운용, 한투 이어 '신한 PWM' 뚫었다
- KB증권, 2분기 롱숏·메자닌 헤지펀드 '집중'
- "지분 3%로 이사회 흔든다"…얼라인 '전투형 전략'의 정석
- 하나증권, 성장주 중심 라인업 변화
- 우리은행, 가판대 라인업 확대…'해외 AI·반도체' 신뢰 여전
- 하나은행, 라인업 고수 속 'NH필승코리아' 추가
- 리운운용, 메자닌 전문가 모셨다…투자 영역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