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레이' 매각..의료기기 재편 속도 SVIC6호, 보유지분 전량 처분…삼성메디스 합병 방향 '촉각'
박창현 기자공개 2015-02-10 09:10:00
이 기사는 2015년 02월 09일 11: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헬스케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던 의료기기 업체 '레이'를 매각했다. 삼성메디슨과의 합병을 앞두고 의료기기 부문에 대한 사전 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레이 최대주주인 삼성벤처투자 신기술사업투자조합6호(이하 SVIC6호)는 레이 경영권 지분을 '㈜유주'에 팔았다. 매각 대상은 보통주 58.32%(25만 1340주)와 우선주 9.84%(4만 2000주)다. 처분 금액은 91억 원 수준이다. 인수자인 ㈜유주는 일반 투자회사로 알려졌다.
SVIC6호는 삼성벤처투자가 운영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최대 출자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SVIC6호에 약 900억 원을 투자했으며 지분 99%를 확보하고 있다. 신수종 사업을 개척하기 위해 계열 벤처캐피탈인 삼성벤처투자를 활용한 셈이다.
오랜 검토 끝에 삼성전자가 SVIC6호를 통해 점찍은 투자처가 바로 레이다. 지난 2004년 설립된 레이는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전문 제조업체다. 당시 삼성그룹은 헬스케어를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레이 인수는 삼성그룹의 헬스케어 투자를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실제 삼성그룹은 이후 삼성메디슨(초음파)과 넥서스(진단 솔루션), 뉴로로지카(CT) 인수 등 본격적인 헬스케어 투자에 나섰다.
큰 그림을 그리고 레이를 인수했지만 시너지 창출은 쉽지 않았다. 인수 당해 11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레이는 이후에도 좀처럼 실적을 회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2011년과 2012년에는 손실 규모가 배 이상 커졌다. 그 결과 2012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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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는 삼성전자가 20억 원이 넘는 일감을 지원해준데다 해외 수출 거래도 늘면서 매출이 134억 원까지 늘었다. 전년 대비 87%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과거 손실이 컸던 탓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의료기기 부문에 대한 사업 재편을 구상하고 있던 삼성전자는 종합적인 사업성 및 시너지 창출 여부 등을 고려해 레이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는 레이 매각이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 재편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가장 큰 사업 규모를 자랑하는 삼성메디슨과의 합병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의료기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메디슨과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구체적인 합병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이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 방향을 결정하면서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레이 매각 등 의료기기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만큼 삼성메디슨 합병 문제도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벤처투자 관계자는 " SVIC6호 조합 기간이 만료되면서 투자 자산인 레이 지분을 처분하게 됐다"며 "이번 매각으로 레이와 삼성그룹 간 지분 관계는 완전히 정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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