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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 대주주 피치, 중징계 불구 사장 임기보장 징계수위 상관없이 입장 정리...고배당정책에 신뢰 지적도

임정수 기자공개 2015-03-10 09:53:08

이 기사는 2015년 03월 06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평가의 대주주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금융당국의 중징계 방침에도 불구하고 윤인섭 한기평 사장의 임기를 보장키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기평 고위 임원은 6일 "대주주인 피치는 (금융 당국의 징계 절차에도 불구하고) 윤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기로 했다"면서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윤 사장을 신임하는 방향으로 입장 정리를 마쳤다"고 밝혔다. 2010년 12월 취임한 윤 사장은 2014년 연임에 성공, 오는 2017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는 다른 신용평가사와는 다른 행보다. 한국신용평가의 대주주인 무디스는 당국의 중징계가 확정된 후에 사후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공모를 통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해 징계 이후 임원진 구성 등에 대한 준비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NICE신용평가의 경우 지난해 말 NICE디앤비 김용환 사장을 부사장으로 선임하며 징계 이후의 상황을 대비해왔다. 이상권 사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교체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의 징계는 경징계인 '주의', '주의적 경고'와 중징계인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금감원은 1월에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윤 사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정했다. 금융위는 지난 4일 정례회의에서 신평사 징계수위를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인사 문제 등으로 일정을 연기한 상태다.

금융 당국의 징계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가 결정된 것을 놓고 업계에선 갑론을박이 한참이다. 금융 당국의 중징계 방침이 정해진 금융기관 임원에 대해 외국계 대주주가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당초 의도에 반하는 것이라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고위 임원은 "금융 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대표가 사퇴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문책경고라 하더라도 중징계를 받을 경우 평판리스크 때문에 대표이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중징계 방침을 정한 임원의 임기 보장은 당초 의도와는 배치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라며 "동양 사태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신용평가 관행을 고려할 때 금융권의 일반적인 정서에도 들어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임기 보장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양사태로 표면화된 신용평가 문제는 특정 경영진 개인의 문제이기 보다는 신용평가 시스템과 제도 부재에서 나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피치가 윤 사장의 경영 능력에 무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도 이러한 시각이 반영된 조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사장이 취임한 2011년부터 채권 발행이 급증한 덕에 한기평의 실적은 꾸준히 성장세를 탔다. 2010년 12월 취임 이전 한기평의 순이익은 5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2010년부터 급등세를 기록, 2012년 결산기에는 124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13년 실적은 82억 원대로 주춤했지만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4년에는 다시 100억 원대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윤 사장은 공격적인 배당 정책을 실시했다. 윤 사장은 취임 후 배당성향을 60% 이상으로 유지해 왔다. 배당성향은 한 때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 재원으로 썼다는 얘기다. 한기평은 올해도 75억 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피치는 한기평 주식의 73.5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윤 사장이 피치의 신임을 얻은 배경으로 업계에선 이 같은 고배당 정책을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 사장이 재임하는 동안 피치에 대한 고배당 정책을 계속 유지하는 등 피치의 경영방침을 정확하게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윤 사장에 대한 피치의 신뢰는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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