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5월 13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가 국민은행 보증으로 발행한 영구채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로부터 최소 50% 이상 자본성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증 구조는 영구채의 채권자가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채권의 영구성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자지급 임의성도 확보해 절반 가량 자본성을 인정받는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신세계는 최근 3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신세계는 원화와 달러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가 영구채 발행에 나선 이유는 자본을 확충해 선제적으로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신세계는 2012년 센트럴시티 인수 이후 부채비율이 90%에서 120%로 급증했다.

자체 크레딧으로 달러 영구채 발행이 어려운 신세계는 국민은행의 보증을 받았다. 신세계는 발행 5년 뒤에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영구채를 국민은행에 자동적으로 넘길 수 있는 매도 권리(Put Right)를 갖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번 채권의 신용등급을 국민은행의 등급과 동일한 'A'로 부여했다. 이번 채권 등급이 국민은행과 같았던 이유는 신세계의 크레딧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신세계가 파산하는 극단적인 크레딧 이벤트가 발행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영구채를 국민은행에게 넘길 수 있어 국민은행의 크레딧이 채권 상환에 더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일각에서는 이번 채권을 국민은행 5년물 지급보증채로 평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실질 만기일이 콜옵션 행사일과 동일하고 신세계의 크레딧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구채가 지급보증채로 인정된다면 신평사 입장에서는 자본인정 비율을 책정할 수 없다.

그러나 피치는 이번 영구채가 영구성을 인정받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았다. 즉 국민은행이 매도권리를 행사해 영구채를 인수하더라도 발행사인 신세계 입장에서는 채권자가 투자자에서 국민은행으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자지급의 임의성도 확보했다. 신세계는 회사 판단에 따라 쿠폰금리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이자지급을 이연한다면 주주에 대한 배당은 불가능하며 5년 뒤 신세계가 콜옵션을 행사할 때 지급하지 않은 이자를 몰아서 줘야 한다. 5년 이상 이자 지급 유예가 가능해 자본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이자가 누적되는 조항이 있어 자본성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세계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기존 금리에 매 5년 마다 100bp를 얹는 스텝업(Step-Up) 조건을 추가했다. 피치는 비금융사의 경우 100bp까지 스텝업을 허용한다. 이자를 미지급할 경우 배당을 제한하는 'Dividend Stopper' 조항도 포함됐지만 피치 기준에 따르면 이는 자본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피치는 이번 영구채에 대해 최소 50% 이상 자본성을 인정해 줄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국민은행 보증으로 조달 비용을 낮추고 글로벌 신평사의 자본 인정까지 챙기는 일석이조의 딜을 마무리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영구채가 국민은행 등급과 동일하게 평정돼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보증 구조도 자본성을 인정받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 추후 비슷한 구조로 영구채를 시도하는 발행사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