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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받기 후퇴' 현대차, 美·加 첫 동반 적자 북미 판매법인 1000억 순손실..인센티브 급증 후폭풍

박창현 기자공개 2015-06-12 08:29: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0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자동차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은 끌어올렸지만 그 대가가 너무 컸다. 판매 장려금 비용 부담으로 미국과 캐다나 판매법인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yundai Motor America, 이하 HMA)은 올 1분기 3조 8183억 원의 매출과 70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 줄었고, 전분기 대비 역시 10% 이상 감소했다.

현대차

순이익은 작년 2185억 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2012년 4분기에 554억 원 순손실이 난 이후 2년 여 만에 받은 적자 성적표다. 해외 계열사 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한 2012년 이래로 HMA가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2년 4분기와 올 1분기, 딱 2차례뿐이었다.

HMA와 함께 북미 시장 판매 첨병 역할을 맡고 있는 캐나다 판매법인(Hyundai Auto Canada Corp, 이하 HAC)도 사정이 녹록치 않았다. HAC는 지난해 5974억 원의 매출과 29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대비 11.1% 감소했고, 순손익은 120억 원 이상 적자폭이 더 커졌다. HCA 분기 매출액이 6000억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해외법인 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북미 대표 판매법인인 HMA와 HAC가 동반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적자폭 또한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차는 1분기 미국 시장 점유율을 4.4%에서 4.9%로 끌어올리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매량(17만 2029대) 역시 전년도보다 7.5% 늘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택한 공격적 영업 전략이 수익성에는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센티브(판매장려금)를 크게 늘리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현대차는 1분기 미국에서 차량 당 평균 2200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 30% 가량 늘어난 액수다. 똑같은 차량을 30% 더 할인해서 판매한 셈이다. 특히 전략 차종인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의 경우, 인센티브 증가폭이 90%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반떼는 전체 북미 판매의 1/3를 차지하는 최대 볼륨 모델이다. 올 1분기에도 5만 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면서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올 초 캐다나에서도 한국-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기념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진행됐다. 아반떼와 엑센트, 싼타페, 벨로스터 등 대부분의 차종이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결국 현대차는 올 1분기 볼륨모델을 중심으로 높은 할인폭을 제시하면서 북미 시장 점유율을 사수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간 현대차는 미국 등에서 딜러 인센티브와 할인을 줄이는 '제값받기' 전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 힘써 왔다. 하지만 최근 엔저 여파로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제값받기 전략도 일보 후퇴를 맞게 된 모습이다.

점유율 사수라는 1차적인 목표는 달성했지만 제값받기를 포기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할인 폭이 커지면서 북미 판매법인들은 더 많은 차량을 팔고도 매출이 줄고 손실이 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의 공세를 막기 위해 미국 시장에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판촉비를 늘렸다"며 "이런 비용 증가 요인으로 미국 판매법인이 1분기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다음달부터 신형 투싼이 미국 시장에 출시되고 하반기에 신형 아반떼가 출시되면 인센티브가 이전보다는 즐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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