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9월 02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예금보험료(이하 예보료) 차등평가'에서 재무상태가 취약하다는 판정(3등급)을 받은 손보사가 한 곳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예보료 차등평가' 결과를 더벨이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금융회사의 재무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재무상태가 좋은 곳에는 인센티브를, 안좋은 곳에는 패널티를 부과해 금융회사의 자율적 건전경영을 유도하겠다는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정책 도입 의도가 먹혀들 지 주목된다.

자본시장 미디어 더벨이 2015년 예보료 차등평가 등급을 확인한 결과 9개 손보사(MG손보 제외) 중 3등급을 받아 예보료를 할증 납부한 손보사가 한 곳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손보사는 RBC(위험기준자기자본) 비율이 매우 취약해 3등급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1등급과 2등급을 받은 곳은 각각 4곳이었다.

예금보험공사는 2011년부터 준비했던 '예보료 차등평가제도'를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예보료란 부보금융회사가 매년 예금등의 잔액(보험회사의 경우에는 '보험업법' 제120조의 규정에 의한 책임준비금을 감안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에 1000의 5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을 곱한 금액(당해 금액이 10만원보다 적은 경우에는 10만원)을 연간 보험료로 공사에 납부해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차등보험료율제는 경영 및 재무상황 등을 고려하여 개별 부보금융회사별로 보험료율을 달리 적용하는 제도다.

예보료를 일정 규모 이상 납부하고, 차등모형에 의한 평가가 가능한 금융사는 대부분 차등평가를 받았다. 등급은 1~3등급이며 각각 할인(우수), 표준(보통), 할증(취약)으로 구분된다. 예보는 각 손보사를 지난해 말 기준으로 판정해 올해 상반기 등급을 매겼으며, 손보사들은 올해 6월까지 등급에 따른 예보료를 납부했다.

예금자보호법 제30조2 및 제41조에 의거해 차등보험료 평가결과를 광고에 활용하거나 일반에 공개·누설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어 회사명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소프트랜딩 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할인·할증 폭이 -5~1%포인트 수준으로, 3등급으로 분류된다고 해도 예보료 부담(1%포인트)이 크게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업계는 공기업인 예보로부터 재무상태가 취약하다고 평가받게 되면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예보료 차등평가 등급은 시장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법에 명시된 원칙이나 실제 평가에 활용하는 세부지표들은 대부분 공개됐기 때문에, 세부지표를 활용해 역산할 경우 어떤 회사가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특히 지난해는 시행 첫해인 만큼 각 등급의 기준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데이터가 축적되는 올해부터는 평가 등급이 시장에 공개될 확률이 더 커지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경영실태평가(RAAS) 등급도 알게 모르게 시장에 알려지는데 예보료 차등평가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행 2년차로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각 회사들이 납득할만한 등급에 포진해 평가 자체는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등급 판정이 절대평가로 진행되는 만큼 자칫 기준을 잘못 설정하면 모두 1등급이나 2등급을 받는 쏠림 현상이 일어나기 쉬운데,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평가가 나오기 전에는 좋은 회사들이 나쁜 등급을 받지 않을지, 혹은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와 동떨어진 판정이 나오지 않을지 우려했다"며 "이후 결과를 보고 우려를 해소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예보료 차등평가를 통해 예보가 꾀했던 정책 목표가 달성될 것이냐에 모아진다. 예보는 취약등급 판정을 받은 금융회사가 예보에 더 많은 예보료를 부담하게 했고 금융회사 자율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봤다. 시장의 평은 엇갈린다. 취약등급을 받은 금융회사의 실명이 알게 모르게 알려져 신뢰도 추락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고 시장 자율적인 정화 기능의 작동할 것이라는 긍정적 예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