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9월 30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에서 CJ로 새둥지를 튼 CJ대한통운이 금호산업 기업어음(CP) 부당지원 심사건에 대해 어떤 전략적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다음달 말까지 해당 건에 대해 규제당국에 소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외부인이 된 CJ대한통운의 적법성 판단 여부가 향후 금호가의 100억 원 소송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금호산업 CP 부당지원 당사자인 금호석유화학과 CJ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 등 6개사는 다음달 중순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소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당초 공정위는 이달 말까지 소명서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해, 제출 기한을 다음달 중순까지로 연장했다.

금호석유화학과 CJ대한통운, 아시아나항공,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리조트, 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사는 지난 2009년 12월 30일부터 31일까지 총 860억 원 어치의 금호산업 CP를 대환 또는 신규 매입했다. 이 때는 금호산업이 대우건설 풋백옵션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때다.

공정위는 워크아웃 신청으로 기업어음 발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호 계열사들이 예상회수율과 잔존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액면 수준으로 금호산업 CP 사들인 것은 부당 지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이달 초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의견을 내놨다. 공정위는 다음달 중순까지 피심 기관들을 대상으로 소명 절차를 거친 후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이제 시장의 눈은 'CJ대한통운'에 쏠리고 있다. CP 부당지원 사건을 두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이 소송전까지 벌인 상황에서 외부인이 된 CJ대한통운의 판단이 공정위와 법원 판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해당 CP 매입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제적 이득을 노린 합리적 판단이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당시 금호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고려했을 때 해당 거래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의 권한을 넘어선 위법 행위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금호산업 부당 CP 지원건에 대한 내부 법률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금호산업 CP 부당지원 사건의 소명서 제출 마감 시한이 다음 달로 연기됐다"며 "현재 법무팀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과징금 부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호아시아나 그룹 주장에 동조해야 한다. CP 매입의 적법성을 적극 소명해야만 처벌 수위도 낮출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 편에 설 경우, 법정 공방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의 CP 부당지원을 인정하고, 금호석유화학과 마찬가지로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손해를 보전하는 시나리오다.

업계는 CJ대한통운이 승소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함께 소명 논리를 구축해 나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J그룹이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 그룹 재건 백기사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함께 CP 지원 적법성을 주장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무난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금호아시아나 그룹과의 관계와 경제적 실익, 공정위 이슈 등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