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02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GM이 새롭게 내놓은 준대형 세단 '임팔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 그랜저가 버티고 있는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임팔라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 지난 9월 총 1634대가 팔렸다. 전작인 알페온 판매 추이와 시장 수요 조사를 통해 예측한 판매량 1000대를 상회하는 기록이었다. 누적 계약 물량은 더 극적이다. 임팔라는 이미 1만 대 이상의 판매 계약이 이뤄진 상태다. 지금 당장 주문하더라도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15년 넘게 한국GM에 몸 담고 있던 한 임원 조차 "이런 반응은 난생 처음"이라고 말한 정도다.
이런 와중에 시장에선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연내에 임팔라 차량을 받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국내 공장에서 만든 차를 받게 된다는 말이었다. 심지어 딜러들까지도 이런 근거 없는 소문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괴소문은 한국GM 노사가 올해 임단협에서 합의한 '미래발전전망'을 시장에서 잘못 해석하면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미래발전전망에는 양 측이 임팔라 출시 후 3개월 간의 판매 추이를 살펴보고 국내 생산 방안을 논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내 생산 선결 조건은 월 판매량 1000대 이상이다. 현재 계약 추이를 살펴볼 때, 이 조건은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은 아니지만 국내 생산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면 한국GM과 국내 경제에 모두 호재다. 한국GM은 쉐보레 유럽 철수로 줄어든 생산 물량을 임팔라를 통해 보전할 수 있다. 고용이 창출돼 내수가 진작되면 부평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부평 공장이 아닌 미국 공장에서 만든 임팔라를 받고 싶어한다. GM은 철저한 글로벌 분업 시스템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지역이나 공장과 관계없이 동일한 품질이 담보돼야 한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말한다. 미국산 임팔라를 달라.
미국산 임팔라 선호는 수입차 프리미엄과 밀접히 연관돼있다. 미국의 높은 안전성 기준을 충족한데다, 미국 시장 최대 판매량 타이틀을 가진 임팔라에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였다. 심지어 가격도 현지보다 저렴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결과적으로 임팔라 수입 전략은 통했고 한국GM 역시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수입차 프리미엄은 한국GM에 양날의 칼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GM은 볼륨 모델 가운데 임팔라를 제외한 전 차종을 국내에서 만들고 있다. 수입차 프리미엄의 다른 이름인 'Made in Korea 디스카운트'가 한국GM에 치명적인 이유다. 더 나아가 수입 차종 선호가 앞으로 계속 이어지면 한국GM은 생산기지가 아닌 판매기지로 역할이 더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GM 철수설과 쉐보레 유럽 수출 중단, 구조조정 여파로 한국GM은 수년 간 우울한 나날을 보내왔다. 그런 와중에 임팔라는 한 줄기 빛이 됐다. 다만 흥분에서 벗어나 돌풍의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임팔라의 돌풍이 한국GM에 미치는 영향 말이다. 부평산 임팔라에도 소비자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일. 이것이 수입차 임팔라가 한국GM에게 던진 화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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