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핵심 '현대모비스', 자사주 활용법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점검]③자사주 2.86%까지 늘려..오너 실질 지배력 상승 효과
박창현 기자공개 2015-12-10 08:25:21
[편집자주]
정몽구 회장의 장자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적통 후계자다. 후계자는 조용히, 하지만 주도면밀하게 가업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정의선 시대가 멀지 않았다. 가속도가 붙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분석하고 후계 승계 방향을 중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4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정의선 부회장 후계 승계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현대차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형태를 띄고 있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면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다. 아울러 '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지배 체제 구축도 가능해진다.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 재편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렸다. 예정 매입 주식수는 97만 3439주다. 취득 예정 금액은 약 2123억 원이며 올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현대모비스 자사주 지분율은 1.86%에서 2.86%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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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 자사주 매입이 향후 지배구조 재편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사주는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율 희석을 막는 안전 장치가 된다. 자기주식이 많을수록 오너 일가가 실질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그룹과 삼성그룹 등 후계 승계를 마무리 지은 대기업들 역시 SK-SK C&C 합병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자사주를 적극 활용했다.
최태원 회장은 SK C&C 자기주식 매입 카드를 썼다. SK C&C는 지난 2010년부터 올 초까지 꾸준히 자사주를 취득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11월 19일부터 작년 2월 4일까지 총 51회에 걸쳐 자사주 150만 주를 사들였다. 평균 주당 매입가는 13만 74원으로 자사주 매입에만 약 1951억 원을 투입했다.
SK C&C가 올해 초 자사주를 추가로 취득하면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유통주식 총수는 4400만 주로 줄었다. 그 결과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이 더 강화됐다. 최 회장 역시 유통 주식 기준으로 지분율이 41.75%에서 43.18%로 올랐다
특히 SK C&C 자사주는 올해 단행된 ㈜SK과의 합병 과정에서 만능키로 활용됐다. 먼저 주가 상승을 견인하면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 시켰다. SK C&C 지분 가치 상승으로 합병 후 새롭게 발행되는 통합 ㈜SK 신주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SK C&C는 합병 발표 직후 자사주 6360억 원 어치를 소각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자사주 소각으로 오너가 실질 지배력 강화 계획은 현실화됐다. 자사주가 최태원 회장의 통합 ㈜SK 지배력 유지를 위한 핵심 안전 장치로 작동한 셈이다.
삼성그룹의 적통 후계자 이재용 부회장도 자사주 때문에 웃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절차를 거쳐 그룹 지주사격인 통합 삼성물산 최대주주(16.4%)에 오르면서 그룹 장악에 성공했다.
자사주 매입은 삼성그룹 3세 승계의 밑그림이 됐다. 제일모직은 전신인 삼성에버랜드 때부터 대대적으로 자기주식을 매입해왔다. 지난 2012년 6월 삼성꿈장학재단(4.12%)과 삼성카드(3.64%), CJ(2.35%) 등으로부터 지분 약 11%를 약 3926억 원에 취득했다. 이듬해에도 자사주 매입은 계속됐다. 이번에는 한국장학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 주식 4.25%를 사들였다. 그 결과 제일모직 자사주는 15.23%까지 늘었다.
해당 자사주는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게 되면서 오너 일가의 합병법인 지분율은 42.15%에서 30.73%로 크게 하락했다. 이건희 회장(지분율 1.37%) 외에는 아무도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자사주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신규 자사주 등을 포함해 총 12.25%의 자기주식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유지할 수 있었다. 지분 희석 요인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주식 기준으로 오너 일가의 통합 삼성물산 보유 지분율은 35%가 넘는다.
업계는 현대차그룹 역시 앞선 사례처럼 현대모비스 자기주식을 오너 일가 지배력 유지 안전장치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사주를 늘리면 의결권 주식수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적은 주식수로도 효과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주식 매입을 위한 자금 부담 역시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부회장이 개별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다 사모으기 위해서는 5조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등 알짜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분명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무엇보다 자기주식 취득은 주가 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일반 주주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 지배구조 재편과 후계 승계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쓰였던 거래 장치가 바로 자사주 매입"이라며 "사업 재편 후에도 소각과 재매각 등 활용도가 높고, 일반주주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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