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18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년 전만 해도 KB금융그룹의 글로벌 사업 기조는 소극적이었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수익을 많이 낼 수 없다고 판단한 많은 금융그룹들이 해외진출을 앞다퉈 타진했지만,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글로벌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말을 아꼈다. 신규 진출 지역이나 전략 등을 물어보면 "글로벌 사업이 전반적으로 은행의 발목을 잡지 말자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기존에 나가있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정리하는 게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과거 카자흐스탄 BCC 지분투자와 관련해 대규모 손실을 입은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지난해 초 대부분 금융회사 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해외진출을 통한 수익성 확보'는 윤종규 회장의 것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KB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지난해 추가로 확보한 해외 네트워크는 상해지점 단 하나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동남아 등지에서 네트워크를 경쟁적으로 늘렸던 것과 대비된다.
KB금융의 글로벌사업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윤 회장은 창립 7주년 기념사에서 "정체된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하며 글로벌 사업을 대외 연설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취임 후 약 1년간 기존 글로벌 사업들을 점검하며 내실을 다져왔다면 이제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을 펼쳐 보겠다는 일종의 시그널이었다.
글로벌사업 강화 조짐은 연말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구체화됐다. 우선 지주 임원이 은행업무를 겸직하는 부문 중 하나로 글로벌 사업 쪽을 추가했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협업이 중요한 부문인 만큼 지주에서 확고하게 컨트롤 해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지주 임원 업무 분장에서도 '글로벌전략' 부문이 새로 생겼다. 기존 KB금융의 전략을 맡았던 박재홍 전무가 은행과 지주의 글로벌 쪽 사업을 총괄한다. 박 전무는 윤 회장이 취임 후 첫 인사에서 그룹의 전략 부문을 맡기기 위해 외부에서 발탁, 영입한 인물이다.
은행의 글로벌 본부에는 새로운 조직이 신설됐다. '밸류업(Value Up) 유닛(Unit)'이다. 그동안 KB가 글로벌 쪽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만들었던 BCC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BCC 관련 손실이 지난해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판단해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다. 밸류업유닛에서는 국민은행의 역량을 현지에 전수하거나 사업성 발굴 테스트 등을 시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BCC를 더 이상 손실이 아닌 수익에 도움이 되는 개체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초 국민은행 한 임원이 "KB의 해외사업 대응이 지금은 답답해 보일 것"이라며 "해외 쪽은 국내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은데 다른 은행들처럼 경쟁적으로 지점 한 두군데 내는 것에 연연치 않고, 때를 기다리며 영리한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이 떠오른다. 1년 간 '때를 기다렸던' KB가 글로벌 사업에서 어떤 영리한 선택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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