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2월 19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은행들의 시장점유율 각축전이 눈길을 끈다. 특히 치고 나가는 우리은행과 그 뒤를 바짝 뒤쫓는 국민은행의 경쟁은 언제봐도 흥미진진하다.전통적으로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1월은 우리은행의 달이다. 12월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마무리한 우리은행은 1월부터 방카슈랑스 영업에 속도를 낸다. 반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모두 1월 중순이 지나서야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이 끝난다.
우리은행 영업조직이 새로운 각오로 방카슈랑스 영업에 나서는 시기에 다른 은행들은 인사이동으로 정신없는 한달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2월부턴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다른 은행들도 본격적으로 방카슈랑스 영업에 돌입하고, 우리은행의 독주는 막을 내린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은행의 선전이 심상치 않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지표 경영과 운(運)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해부터 주요 경영지표의 개선 추세를 매달 체크하며 1등 경영을 주문하고 있다. 절대 규모면에서 당장 1위로 올라가진 못하더라도 매달 개선추세 1위를 달성하면 언젠가는 절대 규모면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노린 것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방카슈랑스 영업은 이 행장의 주문을 가장 착실하게 따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엔 시중 법인자금이 모두 우리은행 방카슈랑스에 몰렸다는 말까지 돌 정도로 큰 성과를 거뒀다.
우리은행 한 직원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월 법인 예금금리가 1%대로 하락하자 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저축성 보험 가입 권유에 나섰다. 저축성 보험 설계를 통해 3년간 연 2%대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영업에 활용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법인 단기 자금은 물론 종교단체 운영자금, 심지어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까지, 시중에 남아도는 거액 여유자금들을 모두 끌어들였다. 오죽하면 우리은행 방카슈랑스 판매 급증에 부담을 느낀 보험사들이 지난해 상반기 저축성 보험의 구조를 변경할 정도였다.
상반기 방카슈랑스 시장을 평정한 우리은행은 그 기세를 몰아 지난 한해 방카슈랑스 시장점유율 1위(연납화보험료 기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 1위인 KB국민은행은 명성답게 초회보험료·수수료 부문 1위를 기록하며 명성을 지켰다.
지난해 선전이 실력이었다면 올해는 운까지 겹쳤다. 오는 4월 방카슈랑스 시장을 주도하는 양로보험의 최저보증이율 하향조정으로 절판 마케팅이 시작된 것이다.
아무리 금리가 떨어져도 최소한으로 보장해 주는 양로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은 현재 2.75~2,85%지만 오는 4월엔 40bp 정도 하향 조정된다. 3월 전까지 가입해야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가입이 가능해 올해 1월부터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절판 마케팅 바람이 불었다.
인사이동을 마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 우리은행이 절판 마케팅까지 활용하면서 지난 1월 우리은행의 방카슈랑스 월납 초회보험료는 생명보험 기준으로 74억 원에 달한다. 다른 은행들의 월납 초회보험료는 20억 원대. 원래도 1월은 우리은행의 성과가 두드러지는 달인데 올해는 유독 큰 폭으로 격차를 벌린 셈이다.
2월부터 KB국민은행이 추격을 펼치고 있지만 한동안 우리은행의 독주는 지속될 전망이다. 남들보다 한박자 빠르게 출발한 우리은행이 독주를 이어갈지, 뒷심을 발휘한 KB국민은행이 1위 자리를 탈환할지 한편의 흥미진진한 레이싱 경주를 지켜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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