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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의 변심 [thebell note]

김장환 기자공개 2016-03-28 08:21:47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5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단이 확답을 주지 않아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들어줄 수 있는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했지만 상대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지연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통영 조선소 부지 매각을 두고 현대산업개발과 채권단 관계자들이 내놓은 말이다. 지난 몇 달간 서로 극히 상반된 주장을 펴 부지 매각 지연 사유가 실제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기가 어렵다.

다만 제3자인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매각 지연은 현대산업개발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맞는 듯하다. 양측이 양해각서(MOU)를 맺을 당시 약속했던 계약 조건들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한 쪽이 현대산업개발이란 점을 볼 때 특히 그렇다.

우선 현대산업개발은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등 성동조선해양 채권단과 지난해 10월 경남 통영시 광도면 일대 부지 매각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013년 정부의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입찰에서 통영시 LNG복합화력발전소 건립 사업자로 선정된 후 찾지 못했던 사업지를 마침내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이로써 얻게 됐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이후 반년이 넘게 진행된 협상에서 애매한 태도만 보이며 최종 계약을 미루고 있다. 1350억 원대에 달하는 인수가 할인과 함께 계약금 비율 축소, 중도금 납부 시기 조절 등 사실상 전면 수용할 수 없는 조건 변경안만 채권단에 던져놓고 뒷짐을 지고 있다.

의욕적이었던 현대산업개발이 이처럼 태도를 돌변한 것은 무엇보다 LNG발전소 사업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 안팎으로 추락하면서 전기 생산 연료로서 LNG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게다가 저유가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2013년만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거론됐던 LNG발전프로젝트는 현재 상태에서 사업 시행시 장기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는 '골칫덩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추진 중인 그 어떤 민간 LNG프로젝트라도 수익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분석마저 들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석들을 기반으로 현대산업개발이 사업을 포기 하더라도 별반 잃을 게 없어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각종 분야에서 불황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 기업 입장에서는 근시안적이더라도 당장 앞으로 몇 년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게 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채권단뿐 아니라 성동조선해양 임직원,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인 인근 지역 주민 등 상당수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부지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로 발 빠른 정상화를 염원하고 있다. 인근에서 양식업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의 경우 발전소가 확정되지 않은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쯤 되면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사업권 박탈 여부도 고려해봐야 할 때인 듯하다. 낙찰 후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지 조차 선정하지 않은 채 이를 미루고 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기업이 당장 누릴 수 있는 이익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셈법으로 정부 차원의 사업이 휘둘리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점은 씁쓸함을 준다. 먼 미래 가치에 투자를 원하는 기업은 현대산업개발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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