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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앞둔 대우證, ELS 지존자리 내려오나 박현주 회장 발행 축소 지시…NH증권과 물량경쟁 일단락 예상

이상균 기자공개 2016-04-14 10:12:51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1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밋빛 전망만 가득할 줄 알았던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ELS 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암초를 만났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대우증권 경영진에게 ELS 판매 비중이 과도하다며 발행 축소를 주문한 것이다. 박 회장은 "ELS는 10년에 한 번씩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금융상품"이라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ELS 발행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박 회장의 지시가 전체 ELS 시장에도 상당한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다.

◇대우증권 ELS 손실에 발행 축소 지시한 듯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할 경우 ELS 시장은 절대 1강 구도로 재편된다. 지난해 ELS 발행액은 대우증권이 10조 5289억 원, 미래에셋증권이 9조 6799억 원으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합병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통합법인의 ELS 발행액은 20조 2088억 원에 달한다. 3위인 NH투자증권(8조 8890억 원) 발행액의 2.2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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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의 우려와 달리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ELS 발행 리스크가 다른 증권사에 비해 과도한 수준도 아니다. 우선 ELS 발행잔액 규모는 NH투자증권이 9조 1096억 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대우증권 8조 9455억 원, 미래에셋증권 7조 7351억 원, 신한금융투자 7조 3587억 원, 한국투자증권 6조 5897억 원 순이다.

각 증권사의 ELS 발행잔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은 신한금융투자가 291.8%로 가장 높다. 이어 미래에셋증권(225.4%), 대우증권(207%), NH투자증권(201.1%), 한국투자증권(200%) 등이다. 양사가 합병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215.2%로 경쟁 증권사에 비해 유독 높다고 볼 수는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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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박 회장이 대우증권의 ELS 발행액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업계에서는 대우증권이 지난해 ELS 운용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우증권 측도 ELS 운용손실은 인정하지만 운용 규모에 비하면 비중이 크지는 않다고 항변한다.

대우증권의 자체 헤지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국내 증권사 중 삼성과 대우, NH, 한국투자증권 등의 자체헤지 비중은 60%를 넘어 업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체헤지 비중이 높다는 것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하락에 따른 ELS 운용손실 규모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은 대부분 백투백 헤지에 의존하는 곳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ELS 발행액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지만 이는 기존에 시장을 장악하던 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이 손실 악화로 ELS 북을 줄였기 때문"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은 전통적으로 ELS 발행 확대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ELS 발행액 1위 수성에는 문제없어

박 회장의 ELS 발행 축소 지시가 내려지면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ELS 발행액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20조 원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30% 이상 발행액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ELS 발행액 1위 수성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위원회의 ELS 규제책이 나오면서 ELS 발행액은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다. 규제책의 핵심은 HSCEI 상환액이 늘어나지 않으면 발행액도 제자리에 머무는 것이다. 현재로선 미래에셋 대우증권 합병법인과 ELS 시장에서 자웅을 겨룰만한 곳은 NH투자증권뿐이지만 규제 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NH투자증권 역시 올해 ELS 발행액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 대우증권 합병법인의 ELS 발행액 규모가 월등한 수준이기 때문에 1위를 내주려면 전년대비 10조 원 이상을 줄여야 한다. 반대로 NH투자증권은 1조 원 이상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증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의 지시가 없었어도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올해 ELS 발행액은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박 회장의 지시로 감소율이 더 커지긴 하겠지만 1위 자리를 내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이 ELS 발행액을 놓고 벌였던 경쟁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ELS 발행액 선두 자리를 차지해왔다. 2009~2013년에는 대우증권이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2014년에는 NH투자증권이 선두를 탈환했다. 그동안 NH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은 매주 상대의 ELS 발행액을 체크하면서 자존심 경쟁을 펼쳤다. 담당 임원이 직접 발행액 규모를 챙길 정도로 자존심 경쟁이 치열했다.

ELS 발행액이 줄어도 대우증권의 파생상품 관련 조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우증권은 세일즈&트레이딩(Sales&Trading) 사업부문 내 파생상품본부가 존재한다. 그 밑으로 20명 규모의 파생상품운용부(김호영 부장)와 19명 규모의 파생상품영업부(명진훈 이사)가 있다. 인력규모가 업계 최대 수준인 40명에 육박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파생상품본부는 ELS와 DLS뿐만 ELW, ETN, 합성 ETF 등 다루는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다"며 "파생상품 시장의 사관학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력양성이 잘 되는 곳이고 수익도 꾸준했기 때문에 조직을 축소시키기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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