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자구계획안 제출..정기평가 새로운 국면 [Credit Outlook 점검]'부정적' 아웃룩, 재무지표 하향 트리거 하회…그룹 지원無 신용 불안요소
김병윤 기자공개 2016-05-23 06:29:0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9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선두권 조선사이자 국내 최고 대기업집단 계열사로서 오랜 기간 AA급의 초우량 지위를 누려왔다. 조선업 장기 불황이 계속되던 불과 1~2년 전까지만해도 '삼성'만은 다르다는 인식이 여전히 유효했다.하지만 몇 번의 대규모 해양플랜트 손실로 평판과 신용도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은행권과 재무개선을 직접 논의할 만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건 신용평가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구계획안 이슈가 신용평가사들의 정기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과 맞물린 터라 신평사들의 움직임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기평가 앞둔 신평사, 자구계획안에 '촉각'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신용등급을 두 노치(notch) 떨어뜨리면서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손실 규모와 재무 안전성이 크게 훼손된 점 등이 반영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은 더 악화됐다. 주요 지표들은 신평사들의 하향 트리거(trigger)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자구계획안에는 그룹 지원이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세를 감안했을 때, 그룹 지원 없이 자체 힘만으로는 신용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 저녁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자구계획안 내에는 1500~2000여명 감원, 수주 물량 감소에 따른 도크(선박 건조대) 단계적 폐쇄, 비핵심자산·유가증권 매각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 계획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평과 NICE신용평가 역시 삼성중공업의 자구계획안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평사들은 현재 정기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삼성중공업에 대한 정기평가도 이뤄질 전망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에 자구계획안 내용을 우리에게도 제출할 것을 요청한 상태"라며 "자구계획안 내용을 정기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평사들이 자구계획안에서 집중적으로 검토하려는 내용은 ▲사업의 지속성 ▲운전자금 부담 증가 등에 대한 대책 ▲인력 감축 등에 따른 캐파(생산능력) 감소에 대한 보완책 등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수주 실적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향후 사업 전개가 계속될 수 있는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특히 프로젝트별 진행 상황과 추가 손실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주를 했지만 인도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한다"며 "이로 인한 재무안정성 악화 가능성과 인력 감축 등에 따른 생산력 약화에 대한 보완책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재무지표 '악화일로'…자구계획안 '엎친 데 덮친 격'
한기평은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하향 트리거(trigger)로 ▲EBITDA마진 3% 미만 ▲[총차입금+(선수금+초과청구공사-현금성자산)]/총자산 40% 상회 등을 들었다. NICE신용평가 역시 EBITDA마진 3%를 등급 트리거로 삼고 있다. 또 EBITDA 창출규모가 조정순차입금의 5% 미만을 지속할 경우 역시 등급 하향 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EBIDA 마진은 -33.8% 였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조 5000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시현한 터라, 지표는 음(-)의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트리거 수준이 무용지물이 돼버린 격.
재무지표만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구계획안 이슈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조선업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며 "자구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계획이 이행되기 전까지는 부정적 시각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지원 의지 無…신용도 먹구름
현대중공업 역시 이번 정기평가에서 관심을 끄는 업체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과 업종, 신용등급·아웃룩, 자구계획안 제출 등 많은 측면에서 닮아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에 더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차이가 계열 지원 의지와 능력이다. 이 부분은 그룹 내에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위치와 관계 깊다.
먼저 현대중공업 경우 그룹의 모기업이다. 즉 그룹 내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와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이 언급됐었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그룹 내 지위는 상대적으로 열위한 편이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17.2%를 보유한 삼성전자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띠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자구계획안에 삼성그룹 지원이 없다는 점은 결국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사업 추세로 봤을 때 부실이 더 커질 염려가 있다"며 "만약 채권단 지원까지 갈 경우 투기등급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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