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의 배분, 진정한 갑과 을은 누구 [영화투자시장 뜯어보기①]금융의 시각에서 본 영화, 어떻게 만들어질까
김나영 기자공개 2016-06-16 08:29: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0일 13: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려면 어떤 금융의 과정을 거칠까. 금융시장에서는 대부분 돈을 쥐고 있는 쪽이 갑이다. 수익 배분도 돈을 넣은 만큼 비율대로 이뤄진다. 그러나 영화투자시장에서는 이야기가 약간 달라진다.영화는 어떤 문화콘텐츠보다도 창작에 대한 권리를 높게 가져간다. 영화 제작사는 직접 돈을 내지 않고도 수익의 40%를 가져간다. 나머지 60%를 두고 영화 유통·배급사와 투자사들이 나눠가진다. 4:6의 배분. 전 세계에서 한국 영화투자시장에만 존재하는 배분 기준이다.
◇ 제작사, 창작에만 집중...펀딩-투자-회수, 배급사 몫
영화투자시장은 크게 제작사, 유통·배급사, 투자사로 구분된다. 철저히 금융적인 시각으로 볼 때 이들은 다시 제작사와 비제작사로 나뉜다. 자금을 투입하느냐 혹은 투입하지 않느냐의 기준에서다.
제작사는 비제작사로부터 자금을 받아 오로지 제작에만 몰두한다. 영화 스타파워의 핵심은 감독과 배우로 압축된다. 특히 제작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것은 감독이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작가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이제는 감독이 시나리오까지 쓰거나 제작사를 차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자금 집중도는 작품 메이커인 감독에게로 향한다. 근래 영화 제작비의 절반은 이름 있는 감독과 배우를 끌어오는 데 쓰인다는 전언이다. 이는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이 작가와 배우에게 들어가는 것과 비견된다. 추후 영화 수익에 있어 인센티브 배분도 감독과 배우에게 집중된다.
여기에 제작비를 대는 쪽은 비제작사인 배급사와 투자사다. 이 중 펀딩-투자-회수를 관장하는 것은 배급사다. 제작사의 수가 많고 규모가 작은 데 비하면 배급사는 공룡 급이다. 소위 국내 4대 배급사가 상영을 결정하는 라인업을 쥔 만큼 유통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다.
투자사는 말 그대로 직접 혹은 간접투자를 하는 쪽이다. 방식은 자기자본을 이용한 직접투자나 정책자금이 들어가는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다. 투자기관은 벤처캐피탈부터 자산운용사, 일부 국책은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배급사 역시 배급뿐 아니라 투자의 커다란 축을 담당한다.
◇ 배급사, 수익 배분 모듬 권한 가져
예를 들어 제작비가 100억 원인 영화 '더벨'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영화가 전망성이 있다면 초기 기획단계부터 자금이 몰리기 시작한다. 유명한 감독 및 배우들이 섭외돼 있고 시나리오도 탄탄한 경우다. 이렇게 되면 배급사의 라인업에도 이미 올라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완성되면 1000만 관객이 보장될 정도니 누구라도 투자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모여든 투자금은 모두 배급사를 거쳐 들어오고 나간다. 투자금이 다 모이기 전에는 배급사가 자기자본을 먼저 집행하기도 한다. 기획부터 수익 배분까지 돈의 흐름에 있어 배급사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현재 국내 4대 배급사는 쇼박스, CJ E&M, 롯데시네마,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화투자의 시작은 배급사의 펀딩부터인 경우가 많다. 라인업된 영화의 투자 기회를 열어주면 투자사들이 합류하는 식이다. 일부는 제작사에서 자체 펀딩을 하기도 하지만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투자사는 배급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성이 생긴다. 자칫 배급사와 틀어지면 투자 기회 자체를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수에서도 모든 수익 배분의 권한은 배급사에 있다. 범위는 작품 상영에 따른 직접매출은 물론 판권, 음원, 관련 상품 등 부가수익에 이르기까지 전부 해당된다. 배급사는 제작사에 돌아가는 40%의 몫을 제외한 나머지 60%를 쪼개서 배분한다. 투자사들은 각자의 시기별, 비율별 몫을 고려해 이를 정산 받는다.
최근에는 공동제작이라는 타이틀로 40%를 일부 공유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제작사 및 투자사가 공동제작으로 합의한 후 여기에서 일부를 투자사가 가져가는 형태다. 또한 힘없는 중소 제작사들은 아예 이 40%를 포기하고 협상에 임하기도 한다.
◇ 배분 문제, 십수년간 힘겨루기..여전히 '부동'
4:6의 배분 비율은 당분간 절대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적인 작품 제작에 있어서 이를 훼손하는 순간 퀄리티도 함께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영화투자시장에 있어서 만큼은 투자사가 진정한 갑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영화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분의 문제는 한국 영화가 부흥하기 시작한 이래 십수년간 힘겨루기를 계속해 왔다"며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시점에서 이 같은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아무도 감히 먼저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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