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18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음(Daum)의 라이코스가 떠오르네요."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한 IT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하기 전의 일이다. 2004년 다음은 미국 포털사이트 라이코스를 전격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약 1000억 원. 글로벌 포털 사업자가 되겠다는 야심이 담긴 행보였다. 미국 포털사이트가 한국 기업에 인수된 첫 사례다.
결론적으로 라이코스는 다음에 상처만 남긴 실패 사례로 남았다. 합병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절반 이하의 가격에 재매각했지만 매각대금까지 떼이는 불행이 잇따랐다. 애석하지만 카카오는 대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합병 후 카카오는 대금 전액을 손실처리해 장부에서 털어냈다.
그는 왜 로엔을 보며 해묵은 라이코스를 떠올렸을까. 그는 "비싸게 치른 가격을 회수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올해 초 카카오가 1조 8700억 원에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결정했을 때 가격 논란이 분분했다. 국내 인터넷업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금액이라는 점에서 비싸다는 여론이 대세였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지 오래인 로엔이 주인을 찾지 못하다가 카카오에 비싸게 팔려 놀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카카오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 인수 당시 로엔의 주당 가치보다 23% 비싼 가격을 지불했다. 로엔의 순이익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미래성장성을 지나치게 낙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로엔의 매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가입자수와 체류시간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유료가입자수는 347만여명으로 레드 오션인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추가 성장 여력 또한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상쇄하려면 로엔과 손잡고 다른 신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공여부에 따라 수익 인식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증권가에서도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로엔 인수가 단기적으로 '중립적 이슈'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엔 인수는 카카오의 공격적 M&A 행보의 최정점에 위치해 있다. 타 인수합병도 성공 여부에 아직 물음표가 달려 있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김기사, 뷰티샵 솔루션 업체 하시스 등을 인수해 출시한 '카카오내비', '카카오헤어샵' 등의 O2O 서비스 수익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기대를 모았던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의 이용자 증가세가 생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의 우려는 카카오의 주가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
재무와 신용도에 있어서도 아직은 득보다 실이 많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던 카카오로서는 자금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한 3개월이었다. 로엔 인수는 카카오 시장성 조달의 포문을 열게 했다. 공모·사모 회사채와 전환사채에 이어 최근에는 기업어음 시장에도 데뷔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던 카카오는 갑자기 불어난 차입금 규모를 의식한 듯 갑작스러운 회사채 조기상환을 실시하기도 했다. 신용등급 정기평가 시즌 동안 'AA-'라는 우량등급을 방어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인수대금 리파이낸싱을 마친 카카오는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최근 로엔과의 첫 프로모션 소식을 알렸다. 로엔의 실적은 2분기부터 카카오 실적에 포함된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애플뮤직이 이달 중 국내 음원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악재로 다가온다. 애플뮤직은 글로벌 음원 시장 1위 사업자로 다수의 충성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저작권료 규정 예외 서비스로 인정받은 점도 애플에 유리하다. 저작권협회와 개별 협의해 저작권료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애플뮤직은 국내 서비스 대비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로엔 인수 때 밝힌 글로벌 시장 진출보다 안방 수성부터 우선 챙겨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로엔 인수가 제2의 '라이코스'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치밀한 시장 파악과 전략 구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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