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지킨 의리' 리틀 신격호 '이인원' "비자금 없다" 43년 롯데 생활 마감‥檢 수사 동력 약화 불가피
길진홍 기자공개 2016-08-27 13:19:41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6일 2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은 신격호라 불리는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이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했다. 롯데 비자금 수사가 7부 능선에 올랐다고 자평한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 수사의 '키맨'으로 불리던 이 부회장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면서 혐의 입증을 자신하던 검찰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26일 오전 9시 30분 검찰 출석을 앞둔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 10분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한 산책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그는 유서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었다" 등의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예정인 이 부회장의 자살이라는 돌발 변수가 터지면서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를 벌여온 검찰 내부는 상당히 복잡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이 부회장의 자살이 검찰 조사 이전에 벌어지면서 과잉 수사 논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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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수사 일정 차질 등 검찰의 칼끝이 무뎌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검찰은 롯데 핵심 3인방을 줄소환 한 뒤 곧바로 신동빈 회장을 부를 예정이었다. 이례적으로 시차를 두지 않고 피의자 신분 조사가 이뤄지면서 혐의 입증을 자신할 물증을 확보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은 롯데그룹 측과 신 회장의 소환 일정을 조율하던 참이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측은 정책본부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등을 통해 협상력을 총동원했다. 황 사장을 시작으로 핵심 3인방에 대한 피의자 신분 소환에 이어, 신 회장 출석이 임박하면서 수성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검찰이 협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대비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역시 자살하기 전날인 지난 25일 저녁 늦게까지 김앤장 등과 함께 검찰 소환 조사를 대비했다. 검찰 조사에서 측근들의 일부 혐의가 드러날 경우를 가정한 ‘플랜 B'등을 수립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돌연 이 부회장이 죽음의 길을 택하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신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검찰과 수성에 총력을 다 하고 있는 롯데 양측 모두 방향을 새로 설정해야 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돌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김앤장 태평양 등 호화 변호인단을 거느리고 있으며, 장기간 소환 조사를 대비해 온 상황에서 자살을 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스스로도 유서를 통해 비자금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43년간 롯데에 몸담아 온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 된 뒤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검찰 수사를 대비해 온 다른 측근들과 달리 칩거하다시피 했다.
어쩌면 이 부회장 스스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이미 마음을 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족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분신과도 같은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데 상당히 괴로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장례는 오는 27일부터 5일 그룹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 사장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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