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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떠안은' LG화학, 그룹 사업재편 중심에 '신약 홀로서기 난항' 흡수 검토, 구본준 사내이사 복귀후 본격화

김장환 기자공개 2016-09-07 08:19:09

이 기사는 2016년 09월 06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다시 한지붕 아래로 끌어 들인다. 단순 지분매입이 아니라 완전히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내에 구체적인 합병안이 최종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15년 전 신약 연구 부문을 분사(LG생명과학)해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섰던 LG화학의 실험은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LG생명과학은 오랜 기간 흑자 기조를 이어왔지만 매출이나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올해 흐름 역시 그나마 나쁘지 않았지만 흑자를 기록한 해 역시 영업이익률이 장기간 3%대에 머물 정도였다.

부진한 수익은 바이오의약 부문에서 반드시 필요한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스스로 감당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LG생명과학이 연간 지출하고 있는 연구개발비는 700억~1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는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해결 가능한 수준을 벗어난다. LG생명과학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84억 원에 그치고, 이보다 현금창출력이 크게 좋았던 적도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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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을 해마다 외부에서 대거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LG생명과학의 총차입금은 3818억 원으로 차입금의존도가 48.6%에 달한다. 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외부에서 끌어온 차입금으로 구성돼 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185.7%대 부채비율을 나타냈다.

LG화학이 15년 전 떼어냈던 LG생명과학을 재차 흡수하려는 이유는 이처럼 사업을 스스로 이끌만한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LG화학은 2001년 화장품 사업 부문(LG생활건강)을 분사시켰고, 곧이어 2002년 신약 연구 부문을 분사해 LG생명과학을 만들었다. 2009년에는 건축장식재 사업부(LG하우시스)를 떼어내기도 했다. 이 중 유일하게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은 곳이 LG생명과학이다.

이번 흡수합병 검토가 구본준 부회장이 LG화학 사내이사에 들어선 이후 내려진 결정이란 점도 주목된다. 구 부회장은 올해 3월 LG화학 등기임원(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앉았다. 1996년 2월 LG화학 전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약 20년 만에 복귀였다. 공동 대표를 맡았던 LG전자에서는 이사회 의장으로 한 발 물러났다. LG화학에 오너가의 힘을 보다 싣기 위한 조치로 판단됐다.

구 부회장 복귀 후 LG화학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대규모 투자 결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사업구조 재편이 대표적이다. 기존 기초소재에 집약된 사업구조를 고부가 가치를 지닌 석유화학 제품으로 전면 대체키로 했다. 메탈로센계 PO(폴리올레핀), 고기능 ABS 및 EP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차세대 SAP(고흡수성 수지) 등 고부가 제품 관련 매출을 지난해 기준 3조 원 규모에서 오는 2020년까지 7조 원대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결정됐다. 오는 2018년까지 약 40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범용 라인을 메탈로센계 전용 라인으로 전면 전환할 계획이다. 자동차 및 IT소재에 적용되는 고기능 ABS 제품 생산공장도 캐파를 15만 톤에서 30만 톤까지 증설한다. 자동차 엔진룸과 구동부품 등에 적용되는 EP 부문에서는 기술력 있는 외부 업체를 적극 인수해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적어도 2조 원대 달하는 자금을 사업 확대를 위해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의 이같은 사업 '드라이브'는 구 부회장이 LG화학 등기임원으로 앉아 각종 사업안을 진두지휘하면서 비롯된 변화로 읽힌다.

과거에도 비슷한 패턴이 있었다. LG그룹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기에 빠진 LG전자 구원투수로 구 부회장을 선택했다. 2010년 9월 대표이사에 앉은 구 부회장은 가장 먼저 '독립사업부'를 만들었다. 컴퓨터, 자동차부품, 데이터스토리지, 솔라 등 사업을 한 데 묶은, 일종의 구조조정을 거치는 부서였다. LG생명과학 흡수합병 검토 역시 부진한 계열 회사에 필요한 일종의 구조조정과 사업 정상화 절차를 여력 있는 LG화학이 도맡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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