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9월 09일 13: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일 삼성전자가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을 인정하고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직접 나서 소비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글로벌 출하량 250만대 전체의 신제품 교환을 약속했다.출고가 기준으로 보면 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다. 제조원가 기준으로만 따져도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량 배터리 탑재 여부와 관계없이 전량 신제품 교환이란 카드를 꺼낸 덕분에 국내 언론과 소비자 반응은 대단히 호의적이다. 리콜에 인색한 경쟁사나 다른 품목의 제조업체와 비교할 때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결정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1조 원을 손해보겠지만 그 이상의 신뢰를 얻게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전화위복'이란 호평까지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리콜 결정을 발표한 날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6'이 개막됐다. 전시회장을 직접 살펴 본 기자의 관점에서 이번 IFA의 주인공은 단연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수많은 글로벌 전자업체 중 두 회사의 전시관이 가장 넓고 화려했으며 볼거리도 풍성했다. 전시된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 혁신성 역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실제 유럽 가전시장의 현실은 조금 달랐다. 독일 베를린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의 종합가전매장에서 만난 판매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백색가전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처음엔 삼성과 LG의 아름다운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에 관심을 보이지만, 결국 최종 구매단계에선 독일 밀레(Miele)와 같은 전통있는 브랜드 제품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유럽인들이 대체로 보수적이고 합리성을 중시 여기는 탓에 디자인이 좀 더 투박하고 IT업계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부가기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전자제품 본연의 기능과 성능, 내구성이 충실한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란다. 삼성과 LG전자 제품도 훌륭하지만 아직은 역사와 전통이 밀레와 같은 유럽 브랜드에 뒤지기에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낮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에 대한 해외 소비자와 언론의 반응은 국내와 온도차가 있다. 외신들은 '삼성전자의 명성과 신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고, 최근엔 갤럭시노트7 폭발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주택과 차량 화재 소식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해외 항공사는 갤럭시노트7의 기내 충전을 금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사고 접수 후 불과 일주일여 만에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형 리콜 결정을 내렸다. 그간 많은 제조사들이 비슷한 사례를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던 점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결단은 충분히 찬사를 받을 만 하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와 여론의 호의적 평가에 고무돼 긴장을 늦춰선 곤란하다. 빠른 대처와 용기있는 결단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가전업체로서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 안전성 평가에서 큰 신뢰도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당장의 1조 원 손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향후 수 조~수십 조 원의 손해로 되돌아 올 지 모른다.
충분한 조치를 내놓은 만큼 사태가 곧 해결되리란 생각은 안일하고 순진한 판단이다. 지금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제2, 제3의 대책을 구상해도 부족할 시기다. 위기는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순간에 가장 크고 빠르게 다가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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