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0월 05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본적으로 벤처투자조합이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대기업 계열사의 영화 제작에 이어 배급에 대한 투자까지 제한된 것은 같은 맥락에서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제재는 계속 늘어나고 제작-배급-투자사들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가 출자한 문화계정 벤처조합의 투자 허용 및 제한은 해당 작품과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2015년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대기업 계열사의 영화 제작뿐 아니라 배급도 벤처조합의 투자 제한대상에 해당된다.

대기업이 배급하는 영화에 대해 벤처조합의 투자가 금지된 시발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다. 2014년 공정위의 결정을 토대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같은 지침을 내렸고 모태펀드 문화계정에서 출자하는 영화펀드들의 발이 묶였다.

모든 벤처투자조합이 즉시 적용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2015년부터 결성된 영화펀드는 모두 투자 제한에 들어갔다. 앞서 2014년까지 결성된 영화펀드들은 이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오는 2017년 즈음에는 이들 펀드의 투자연한이 끝난다.

◇ 대기업 상호출자제한 + 전년 시장점유율 + 외국계 배급사도 제한..."투자할 곳이 없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은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에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투자에 대해 전면 금지를 내리기에는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4대 배급사 중 누군가는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되고 다른 누군가는 제재를 비켜갈 것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사실상 CJ E&M으로 가장 충격이 컸다. 다른 4대 배급사 중 쇼박스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는 대기업집단 분류에 해당되지 않는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CJ E&M과 같이 대기업 집단에 속하지만 당시 영화들이 모두 흥행에 참패하면서 벤처조합들이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물론 쇼박스와 NEW 역시 전년도 시장점유율 10% 이상일 때 투자에 제한을 받는 규제에 엮이면서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이 틈을 파고들어 워너브라더스코리아와 같은 할리우드 직배사는 벤처조합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이에 외국계 배급사에 대한 암묵적인 투자 제한까지 생겨나면서 모태펀드 자펀드들은 갖가지 규제에 둘러싸이게 됐다.

◇ '원금보장' 내걸고 영화도 민간 사모펀드 결성 시작

결국 대형 배급사들은 금융권과 일부 기업들을 유한책임출자자(LP)로 한 사모투자펀드(PEF)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자산운용사와 캐피탈 등 제2금융권과 국책은행이 LP인 민간 영화펀드가 급증한 배경이다. 벤처캐피탈들은 2015년 이전에 만든 영화펀드로 투자를 이어갔지만 투자연한인 3~4년이 끝나는 2017~2018년이면 대안을 고민해야만 한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새로 결성한 벤처조합부터 주요 배급사의 연간 주력작품인 텐트폴(Tentpole) 영화에 아예 투자할 수 없다"며 "배급사들이 따로 만든 사모펀드의 경우 원금 보장으로 융자에 가까운 형태라 진정한 투자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배급을 하더라도 벤처캐피탈이 메인투자를 하고 대기업을 포함한 나머지 기관이 후속으로 투자하게 되면 이러한 제재에서 벗어나게 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벤처캐피탈로서는 단순 후속투자가 아닌 메인투자를 하면서 제대로 된 딜 소싱 능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