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최순실 게이트' 삼성 수사 '주목' 검찰 대응전략 참고모델 역할… '알선증재'로 형사처벌 면할 듯
정호창 기자공개 2016-11-10 08:28:02
이 기사는 2016년 11월 09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국내 대기업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재계의 눈과 귀가 삼성그룹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 재계서열 1위로 정보수집과 법무 대응능력 등에서 최고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그룹의 수사 대처와 방어논리가 다른 대기업들 입장에선 자사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좋은 참고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법조계 등에선 삼성그룹이 미르·K 재단과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 등 최씨 관계사에 전달된 자금의 성격에 '대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정황상 세간의 의혹을 모두 부인하기 어려울 경우 '뇌물공여'가 아닌 '알선증재'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형사 처벌을 피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8일 오전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에 수사관들을 급파해 11시간이 넘는 고강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성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실과 관련 부서, 삼성그룹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 기획부서 등을 수색해 자금지원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미르·K재단' 출연금 외에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 소유의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특혜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의 포인트는 삼성그룹이 지원한 자금의 '대가성' 여부다. 삼성그룹이 청탁을 요청 또는 기대하고 자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을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미르·K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 모두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법조계와 재계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검찰 수사에 임하며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세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는 자금의 성격을 '대가성' 없는 순수한 기부 내지 지원금이라 주장하는 방법이다. 이번 사태 발생 후 미르·K 재단 출연금 등과 연관된 모든 기업이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이 이에 해당된다. 자발적인 기부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하는 한 해당 기업들을 처벌하기 어렵다. 자금 성격에 대한 입증 책임이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이 아닌 검찰에 있다는 점도 기업들 입장에서 유리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형사처벌을 최소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수준의 사실 관계나 혐의만을 인정하는 방법이다. 검찰이 일부 의혹이나 자금 성격의 '대가성' 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손에 쥐고 압박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이다.
삼성그룹 등 기업들은 최씨의 강요나 협박 등에 못이겨 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방법으로 자금의 '대가성'을 부인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이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기업들의 자금 출연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 같은 주장은 재판부의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자금 성격의 '대가성'을 일부 입증하더라도 기업들이 형사처벌을 피할 방법은 있다. 최씨가 정부 지원이나 특혜 등을 제공할 위치에 있는 공무원이 아니라 사인(私人)이라는 점을 강조해 자금 지원 행위를 '뇌물공여'가 아닌 '알선증재'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방어하면 된다.
공무원 등 직무 연관성을 갖는 인물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부정한 청탁을 요구할 경우 금품을 받은 자와 제공한 자 모두 '뇌물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직무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 청탁을 주선을 경우엔 '알선죄'가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특혜가 주어질 경우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으나 이는 상대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다.
이번 사안의 경우 최씨측에 건네진 자금이 직무 연관성이 있는 공무원 등에게 전달돼 금전적 이익을 취하게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관련 기업들이 뚜렷한 특혜나 지원을 얻었다는 점 역시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금품을 수수한 쌍방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한 '뇌물죄'와 달리 '알선죄'는 금품을 받은 자는 '알선수재'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지만, 금품을 제공한 '알선증재'에 대해선 처벌 조항이 없다.
'알선죄'의 입법 취지가 공직비리 처벌에 있기 때문에 알선증재 행위를 처벌할 경우 금품 제공자의 제보나 진술 확보가 곤란해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 법안에 반영된 결과다. 미국 형사제도에 존재하는 유죄협상제(플리바게닝, 피의자의 혐의 인정 조건으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 주는 제도)를 차용한 법안이다.
실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은 이 같은 두 가지 대응전략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차원에선 공식적으로 미르·K 재단에 출연한 자금은 기부금, 최씨 소유기업인 코르스포츠에 건넨 자금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선수 육성을 위한 지원금이란 입장을 유지 중이다. 한편으론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실무자들의 입을 빌어 강요·협박 등에 의해 불가피하게 갈취 당한 자금이며 '대가성'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역시 내부적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된 기업들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씨 등을 '알선수재죄'로 기소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최씨의 혐의를 '알선수재'로 확정할 경우 삼성그룹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
재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대차·SK·롯데그룹 등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나머지 기업들 역시 삼성그룹과 유사한 전략과 논리로 검찰의 칼끝을 피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황 증거도 재판부에서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이번 사안의 경우 해당 기업들이 특혜나 수혜를 얻었다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기가 어려워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도덕적 비난은 피할 수 없겠으나, 형사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